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재미동포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가슴엔 노란리본 손에는 국화꽃
“이런 일 반복되면 우리도 공범”
‘특별법 제정요구’ 청원서 서명도
“이런 일 반복되면 우리도 공범”
‘특별법 제정요구’ 청원서 서명도
재미동포들이 18일(현지시각) 뉴욕·로스앤젤레스·워싱턴 등 미국 30여개 주의 도시들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동시에 벌였다.
주로 30~40대 여성들이 주축이 된 이번 시위에는 2000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고국에서 벌어진 일로 이렇게 많은 동포들이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도 워싱턴에선 오후 2시께 관광명소인 링컨기념관 앞에 동포 200여명이 모였다. 대부분 검은색 옷차림을 한 이들은 가슴엔 노란 리본을, 손에는 국화꽃을 들고 있었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도 적지 않았다.
15살 외동딸을 두고 있다는 한 여성은 앞에 나와 “딸이 참가하는 콘서트와 시간이 겹쳐 고민을 하다 이 집회에 왔다”며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유가족들을 보면서 처음엔 미안하고 슬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분노가 커졌다. 돈이 먼저가 아니라는 걸, 엄마들이 조그만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한 여고생도 마이크를 잡고 “책임도 다하지 않으면서 시위자들을 연행하는 정부를 비판할 권리가 우리에겐 있다. 더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집회에 나온 건 처음이라고 밝힌 40대의 한 남성은 “이런 사건이 다시 반복된다면 우리도 공범이 되는 것”이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강창구(57)씨는 직접 작사한 ‘만가’를 불러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이번 시위는 재미동포 여성 생활정보 교환 사이트인 ‘미씨 유에스에이’에서 한 회원이 50개 주에서 동시에 시위를 벌이자는 제안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동포들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에선 시위 참가자가 400명을 넘었고, 뉴욕에서도 300명 이상이 참가했다. 또 댈러스·보스턴·샌디에이고·시애틀·애틀랜타·어바인·피츠버그·필라델피아·휴스턴 등 주요 도시에서도 적게는 20~30명, 많게는 100명 이상씩 모였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와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만들어 서명을 받았다. ‘미씨 회원’이라는 앤지 김씨는 “각 주에서 자발적으로 ‘리더’들이 나섰고, 자원봉사자들이 온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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