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미국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친 뒤 담소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정부 당국자, 미국쪽과 만난뒤 밝혀
한·미, 중국에 중재자 역할 요청한듯
“조만간 중국과 후속협의 진행 예정”
한·미, 중국에 중재자 역할 요청한듯
“조만간 중국과 후속협의 진행 예정”
정부 고위 당국자는 2일(현지시각)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어느 정도 보여줘 대화 재개 여건을 만든다면 6자회담 재개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국 국무부 관리들과 만난 뒤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대화에 관심이 있다”며 “그래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실질적으로 해보려고 하는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있어야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대와 대화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 그래서 대화 재개의 여건 조성은 한-미가 만들어낼 수 없으며 북한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제 미국, 중국과 얘기하고 있고, 미-중 간에도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중국 쪽과 후속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데 관심이 있으나, 한-미가 먼저 로드맵을 만들어 협상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먼저 협상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과정에서 중국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줄 것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이 당국자가 한-미가 그동안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2·29합의+알파’ 이행과 관련해 “한·미·중이 (전제조건) 얘기를 할 때 그런 프레임(틀)으로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2·29합의에서 북한 쪽 이행 사항은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영변 핵 활동 임시 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허용 등이다. ‘알파’는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와 관련된 것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라며 “우리가 전제조건을 7개를 달든, 2개를 달든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핵실험 위협과 영변 핵시설 가동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대화에 진정성이 있다면 최소한 이 같은 행동부터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는데, 이는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요구 사항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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