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셴코 새 우크라 대통령 만나
500만달러 군사물자 지원약속
중·동유럽엔 10억달러 군비지원
나토 회원국 안보불안 달랠 목적
500만달러 군사물자 지원약속
중·동유럽엔 10억달러 군비지원
나토 회원국 안보불안 달랠 목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로부터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는 동유럽과 중부 유럽 국가들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행보에 나섰다.
유럽 순방 첫 기착지로 3일 폴란드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4일 바르샤바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방탄복과 야간투시경 등 500만달러 규모의 군사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제안한 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폴란드 자유선거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국민과 국가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음을 믿는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20세기 방식의 ‘검은 책략’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오바마 대통령은 3일 동·중유럽에 앞으로 10억달러 규모의 군비를 지출하는 안을 미 의회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안심 이니셔티브’로 명명된 이 지출안은 군사 훈련과 합동 연습, 공군과 지상군의 장비 증강 등에 사용된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여기에는 미 해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과 흑해·발트해에서 합동 연습을 강화하고, 나토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몰도바·조지아(옛 그루지야) 등에 군사 지원을 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르샤바 도착 직후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과 함께 와스크 공군기지에 들렀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이후 미 공군 F-16 전투기 4대가 파견돼 있는 곳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폴란드를 포함한 동·중유럽 국가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우리 자신의 안보의 초석이며 신성불가침한 것”이라며 “친구 그리고 동맹으로서 우리는 영원히 연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폴란드 방문 주목적은 냉전 당시 소련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가 지금은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고 있는 나토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는 마침 폴란드 자유선거 25주년을 기념해 바르샤바에 모인 동·중유럽 국가(라트비아·루마니아·리투아니아·불가리아·슬로바키아·에스토니아·크로아티아·체코·헝가리) 정상들과도 만났다. 그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함께 나토 동맹국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 헌장 5조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강조했다.
그러나 폴란드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바르샤바발 기사에서 “폴란드의 몇몇 지도자들이 실망감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10억달러 군비 지출안을 내놓았으나 이는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 것이어서 당장 군사력 증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폴란드 일각에서는 미군 영구기지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영국·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이탈리아에는 주요 군기지가 있다. 왜 폴란드는 안 되는가?”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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