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북한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일행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촬영/연합뉴스
힐러리, 회고록에 비화 공개
북 억류된 여기자 석방 위해
오바마에 특사로 남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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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두명의 미국인 여기자 석방을 위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은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해 성사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클린턴 전 장관은 10일(현지시각) 출간된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9년 6∼7월께 미국의 고위급 특사단이 방북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여기자들을 풀어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후보에 올랐으나, 북한은 이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김정일은 남편 빌이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위로 편지를 보낸 이후부터 분명한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일부 참모들은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일부 참모들은 2008년 대선후보 예비경선과 관련해 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은 고위급 인사의 방북이 김정일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북한으로서는 명분이 필요했고 우리로서도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북한과 시도하는 모든 노력이 정지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점식식사를 할 때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것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기회”라는데 동의했다고 한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빌과 방북팀에게는 김정일과 불가피하게 공식 사진을 찍을 때는 웃거나 찡그리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며 “빌과 방북팀은 적절하게 행동했으며 아무도 웃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빌은 나중에 ‘제임스 본드 영화의 오디션을 하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고 소개했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은 2009년 2월 방한 때 북한에 대화를 제안한 것은 초반에 북한과의 기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 전략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 경우 관계 정상화는 물론이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에너지와 경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고립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것은 북한과의 게임에서 초반에 우세를 확보하기 위한 수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제안의 성공을 희망하면서도 북한이 거부할 경우 다른 나라들과 함께 북한을 압박하는 게 더 쉬워질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며 “이는 중국을 대북 연합전선에 동참시킨다는 측면에서 특히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답을 듣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한달 뒤 북한은 여기자 두명을 체포해 억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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