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에릭 캔터(51) 공화당 원내대표가 10일 열린 버지니아주 예비경선에서 티파티운동이 지지하는 무명 후보에게 패배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데이브 브랫(49) 후보는 이날 버지니아주 제7선거구 투표에서 56%를 얻어 공화당 2인자인 캔터 원내대표(45%)를 11%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브랫 후보는 버지니아주에 있는 랜돌프메이컨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중앙 정치무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브랫 후보가 모은 선거자금은 고작 20만달러로, 540만달러를 모은 캔터 원내대표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미국 언론들은 이변의 가장 큰 이유로 브랫 후보가 공화당 지도부의 이민법 개혁을 줄기차게 물고 늘어진 점을 꼽았다. 그는 이민법 개혁을 “불법 이민자들을 사면하는 것”이라 비판해왔다. 캔터 원내대표가 국가부채한도 증액 등 문제에서 민주당과 타협한 것도 거세게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유명 라디오방송 진행자인 로라 잉그러햄이 브랫 후보를 적극 지지한 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브랫 후보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수적 원칙에 충실한 것이 승리의 이유라며 정부 지출을 통제할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캔터 원내대표는 차기 하원의장을 노리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로 관심을 기울인 반면에 지역구 관리에는 소홀한 것이 패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이변으로 공화당이 이민법 개혁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공화당 지도체제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내다봤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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