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남궁 박사
한반도 전문가 토니 남궁 인터뷰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토니 남궁 박사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최근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지정학적 게임을 하기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 박사는 지금처럼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시안게임 같은 비정치적 행사가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3년 5월 북한의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방중했을 때 미국의 식량지원이라는 상호 조처가 없어도 2·29합의에 복귀할 수 있다는 공식 제안을 중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며 “그러나 미국은 지금까지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에 미국은 영변 지역 외에 있는 고농축우라늄 시설의 공개 또는 해체를 새로운 전제조건으로 추가했다”며 “미국은 2류 외교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출신인 그는 지난 25년간 북한과 한·미·일 정부간 협상에 관여해왔다. 인터뷰는 지난 3일(현지시각) 뉴욕의 한 호텔에서 진행했으며 4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미국 영향력 줄고 중국 힘 커지는
현 정세는 냉전에서의 진정한 전환
한국, 두 대국 사이 ‘눈치외교’보다는
대북 비공식 대화로 활로 모색 필요
박 대통령 부친의 7·4 성명 기억을 -최근 동북아 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남한을 먼저 방문하고, 동시에 북-일 협상이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 보기 힘든 상황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가? “냉전이 해체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거 냉전에서 새로운 구조로 진정한 전환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있다. 새로운 구조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를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두가지 주 요인이 지금 아시아·태평양 정세를 규정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남한 방문이 나에게는 크게 놀랍지 않다.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냉전 시절의 동맹 구조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함께 제2의 슈퍼파워로서 보다 공격적인 지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더이상 과거 냉전 시기의 동맹 구조에 지배되지 않는다. 두번째는 북한이 요즘 중국과 좋은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25년 전에 옛소련·중국뿐만 아니라 미국·한국·일본이라는 과거의 적대국들로부터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이들 다섯나라는 북한에게는 모두 동등한 위치에 있다.” -그동안 북-중은 한-중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북-중 관계는 왜 좋지 않은가? “북-중 관계는 거의 25년간 좋지 않았다. 물론 무역과 경제 관계는 개선됐다. 사람들은 중국이 북한에게 원조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 보는 것이다. 중국의 식량 및 원유 제공에 대해 북한은 광물 자원으로 지불하고 있다. 이건 양국에 모두 이로운 무역 관계다. 냉전 시대와 같은 관계가 아니다. 1990년대 한-중이 국교정상화를 하고 나서 북-중 관계는 정말 안 좋았다. 당시 중국 외교부장(장관)인 다이빙궈마저도 북한으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지 못할 정도였다.” -시 주석이 한국전쟁을 겪지 않은 첫 전후 세대이다보니 과거의 이념적, 당적 유대가 약해지고 대신에 경제적 실리가 더 우선순위로 작용하는 것 같다. 세대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시 주석은 중국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 젊은 세대는 북한과의 친밀한 관계에 반대한다. 세대 전환이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북한을 그렇게 쉽게 방문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현 시점에서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길 원한다고 해서 방문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나는 의문을 갖고 있다.” -왜 그런가? “북한의 새 지도체제에서는 주요 관심이 5개 국가와 모두 동등하게 정상적 관계를 갖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미국이 주요 목표였다. 이제 더이상 아니다. 북한은 5개국 모두와 독립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다. 누구도 더이상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고 보고 북한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매우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물론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지속하고 있어 매우 어려운 처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이나 1997~98년 대기근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한·미와 관계개선을 추구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과는 관계가 소원해지고 한·미와는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러·일에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한·미·중이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에 북한은 현재 러·일에 관심이 더 많다. 그러나 이건 한쪽이 잘 안 될 때 다른 쪽으로 움직이는 전술적인 것이다. 장기적 전략은 주체사상에 기반해 독립국가가 되는 것이고 모든 나라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대국에 묶이기보다는 한민족이라는 기반 아래 남한과 통일을 성취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해 일각에선 중국이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균열시키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사이를 벌려 놓으려는 것은 시 주석의 전략 중 일부분일 것이다. 또 그는 주요 2개국(G-2)으로 중국에 합당한 지위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한국에 많은 어려움을 잉태할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는가 “지정학적 게임에 몰두하는 것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한국은 역내 강대국들보다 더 약해질 것이고 그들의 영향력에 취약성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여러 해 동안 6자회담과 별개로 북한과 비공식 협상을 해온 것처럼, 한국도 북한과 비공식적 협상 채널을 만들어 다른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제3국에서 정규적으로 만날 수 있을 거다. 이것은 한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이로운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의 중요성을 내세워 비공식 채널은 선호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부친은 북한과 그런 협상을 했고 그래서 7·4 공동성명을 만들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원칙 준수도 중요하지만, 현명하고 국제적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동시에 여러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아시아재균형 정책이란 이름 아래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군사력 확충으로 미국을 뒷받침하면서, 동북아 긴장이 높아지고 군비경쟁 심화하고 있다. 남북한 평화공존을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데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이 내가 여러 해 동안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이유다. 이 틀에서는 남북한이 협상을 주도하고, 미국은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의 평화공존 체제의 구축은 남한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북한은 동맹은 아니지만 미국과 우호 관계를 갖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나는 이런 ‘전략적 트라이앵글’이 향후 25년간 남북 평화공존의 시대를 여는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중국을 배제하고 그런 협상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마지막 6자회담이 열린 이후로도 동북아는 많이 변했다. 나는 새로운 조합이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당사국들이 6자회담 재개를 원한다면 중국이 계속해서 의장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안보기구를 설치하려는 지역의 노력을 주도하는 걸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군사·안보 문제에 관한 어려운 협상들은 남북이 주도하고 미국이 촉진자로 참여하는 3자간에 진행돼야 한다.” -북-미 대화와 6자회담이 중단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쪽에선 북한이 대화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여 대화를 재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을 안다. 그러나 북한도 똑같은 요지의 말을 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5월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방중했을 때 북한의 공식적 메시지를 중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 미국이 식량 지원 같은 어떤 상호적 조처를 하지 않아도 2·29합의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면서 북한이 먼저 네댓가지의 사전조처를 먼저 행동에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2류(second-tier) 외교다.” -북한은 비핵화를 할 뜻이 있는가? “물론이다. 지난해 가을 트랙2 회의 때 북한은 모든 핵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해체할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말로는 안되고 구체적 행동을 먼저 취하길 원했다. 이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 사전 조처를 원했는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와 영변에 대한 사찰, 그리고 영변 지역 외에 있는 고농축우라늄 시설의 공개 또는 해체 등이다. 마지막 것은 새로운 요구다.” -한·미는 4~5가지의 전제조건을 요구하는데 이걸 1~2개로 줄인다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나? “현재 너무 많은 조건들이 있다. 그중 일부가 철회된다면 북한이 6자회담 복귀 방향으로 움직일 것다. 물론 어떤 조건이 철회되느냐에 달려 있다. 예컨대, 영변 외 고농축우라늄 시설 검증 요구는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을 거다. 2·29 합의 당시 포함된 조건들은 수용이 더 쉬울 거다.” -미국은 북한이 케네스 배 등 미국인 억류자들을 석방하면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말한다. 북한은 왜 그런 길을 택하지 않는가? “북한은 미국의 상호 조처 없이도 2·29합의에 복귀할 수 있다는 대담한 제안을 내놨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것이 큰 양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거기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미국은 계속해서 케네스 배 석방만 얘기했다. 북한 뉴욕채널과 접촉할 때마다 유일한 이슈는 케네스 배 석방이었다. 양쪽의 주장이 엇나가고 있다.” -대화가 시작되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 “이런 분위기에선 어느 쪽도 주요한 양보를 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지만 중요한 비정치적 제스처가 필요하다.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런 제스처에 합의하는 것이다. 그러면 양쪽이 이것을 구실로 해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수 있다.” -어떤 제스처를 말하는가? “핑퐁 외교 방식에서부터 북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두명의 미국인 석방까지 여러가지 가능한 아이디어가 있다. 그런데 미국인 두명을 석방하려면 북한으로선 이것이 협상의 재개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미국이 단순히 이들을 풀어주면 분위기가 좋아질 거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그래서 비공식 채널이 중요하다. 비공식이라는 건 제3자를 의미하거나 양국의 비고위급 관리들의 비공식·비공개 만남을 의미한다. 여기서 큰 조처는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할 수 있는 조처들에 합의할 수 있다. 양쪽은 그것을 빌미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경우에 제3자는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북정책이 매우 혼란스럽다. 신뢰프로세스가 뭘 의미하는지, 그리고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대박이 뭘 의미하는지 명확치 않다. 이것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인가? 한국 정부는 자신의 입장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중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쪽에서도 최근 단거리 미사일 쏘면서 다른 한편에선 특별제안을 하는 등 북한의 신호가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또 북한의 핵심 보직에 있는 인사들이 너무 자주 바뀌어 누가 실세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북-미 관계에서처럼 남북관계에서도 비밀 접촉이 있어야 한다. 고위급보다는 낮은 수준의 관리들의 접촉이 낫고 민간의 제3자가 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관리들은 새로운 대화를 향한 움직임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일부 조처에 합의해야 한다. 북한이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좋은 움직임이다. 지금 이것은 분위기를 무르익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이벤트다. 그러나 이게 어떤 공식적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 양국 정부가 미리 얘기를 나눠서 만드는 축제가 돼야 한다. 일부 양궁 선수들이 미리 전지훈련을 오는 것으로 안다. 이것은 훌륭한 제스쳐다. 대화 재개를 위한 훌륭한 방법이다. 이것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미리 양국 정부에 의해 합의된 즐겁고 흥분된 경험이 되어야 한다.” -이번 북-일 협상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결과가 양쪽 모두에게 기대 이상이었다. 분위기가 개선됐다. 그러나 동시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이것은 첫걸음일 뿐이다. 물론 첫걸음이 어떤 점에선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상황이 개선될 것이지만 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전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 기대 이상이었나? “일본은 북한 측이 전방위 조사를 하는데 진지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일본은 아마도 최종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어느 정도 자신하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시작 단계여서 신중하다. 북한은 일본 측이 납치 문제에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면 일본이 제재 해제와 인도주의적 지원 이상의 것을 할 의지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달리 말하면 북한은 국교정상화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개선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북-일 협상은 2002년과 2008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과거 협상 때와 차이가 있는가? “2008년에는 북한이 조사위원회 설치에 합의했으나 진지하지 않았다. 조사가 실시돼도 결과 그전과 같을 것이고 생존자가 없을 거라고 봤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엔 생존 일본인의 명단까지 제공함으로써 더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002년에는, 생존 일본인 5명을 2주간 일시 방문 뒤 북한에 돌아오는 것으로 합의가 됐으나 일본이 이를 지키기 않음으로써 협상이 파국을 맞았다.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물론 최종 결과는 양국 정부를 포함해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분위기가 개선됐고 상호 의심의 수위는 이전보다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2002년 당시 협상 때 논란이었던 요코다 메구미씨 문제는 해결될 수 있나 “아마도 메구미씨의 딸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메구미씨 부모는 북한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거절했다.” -북한의 특별조사위 구성은 어떻게 보는가 “지난번에는 조사위의 구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보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분명히 최대한도로 가능한 위원회가 구성됐다. 매우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협상이 국교정상화 교섭으로까지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지금 그걸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국교정상화 협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북한과 한·미 간 관계가 동시에 개선되지 않는 한 일본이 국교정상화 교섭으로까지 나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북-일은 이번에 왜 협상에 나섰는가. 아베 정권은 국내적으론 자신의 공약 이행을 통해 정치적 지지를 얻고, 다른 한편으론 한·중과의 갈등 국면에서 외교적 돌파구 찾으려는 것 같다. “맞다. 다만 사람들은 아베 총리 같은 극우 민족주의자가 북한과 협상하는 것에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아베에게 납치자 문제는 아베노믹스만큼 중요하다. 왜냐하면 납치문제 해결은 공약 이행일 뿐만 아니라, 아·태지역에서 중국에 대해 일본의 지위를 분명히 주장하는 방식이다. 아베는 이것을 통해 미국과 독립적으로 큰 외교적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 북한 쪽은 일본이 경제지원을 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지만 경제가 주요 동기는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가졌고 외부의 공격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동북아 5개국 모두와 동등하게 양자 협상을 하는데 더 자유로움을 느낀다. 한·중이 더 가까워진다는 인식은 그들에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뉴욕/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현 정세는 냉전에서의 진정한 전환
한국, 두 대국 사이 ‘눈치외교’보다는
대북 비공식 대화로 활로 모색 필요
박 대통령 부친의 7·4 성명 기억을 -최근 동북아 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남한을 먼저 방문하고, 동시에 북-일 협상이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 보기 힘든 상황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가? “냉전이 해체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거 냉전에서 새로운 구조로 진정한 전환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있다. 새로운 구조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를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두가지 주 요인이 지금 아시아·태평양 정세를 규정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남한 방문이 나에게는 크게 놀랍지 않다.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냉전 시절의 동맹 구조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함께 제2의 슈퍼파워로서 보다 공격적인 지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더이상 과거 냉전 시기의 동맹 구조에 지배되지 않는다. 두번째는 북한이 요즘 중국과 좋은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25년 전에 옛소련·중국뿐만 아니라 미국·한국·일본이라는 과거의 적대국들로부터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이들 다섯나라는 북한에게는 모두 동등한 위치에 있다.” -그동안 북-중은 한-중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북-중 관계는 왜 좋지 않은가? “북-중 관계는 거의 25년간 좋지 않았다. 물론 무역과 경제 관계는 개선됐다. 사람들은 중국이 북한에게 원조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 보는 것이다. 중국의 식량 및 원유 제공에 대해 북한은 광물 자원으로 지불하고 있다. 이건 양국에 모두 이로운 무역 관계다. 냉전 시대와 같은 관계가 아니다. 1990년대 한-중이 국교정상화를 하고 나서 북-중 관계는 정말 안 좋았다. 당시 중국 외교부장(장관)인 다이빙궈마저도 북한으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지 못할 정도였다.” -시 주석이 한국전쟁을 겪지 않은 첫 전후 세대이다보니 과거의 이념적, 당적 유대가 약해지고 대신에 경제적 실리가 더 우선순위로 작용하는 것 같다. 세대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시 주석은 중국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 젊은 세대는 북한과의 친밀한 관계에 반대한다. 세대 전환이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북한을 그렇게 쉽게 방문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현 시점에서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길 원한다고 해서 방문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나는 의문을 갖고 있다.” -왜 그런가? “북한의 새 지도체제에서는 주요 관심이 5개 국가와 모두 동등하게 정상적 관계를 갖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미국이 주요 목표였다. 이제 더이상 아니다. 북한은 5개국 모두와 독립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다. 누구도 더이상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고 보고 북한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매우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물론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지속하고 있어 매우 어려운 처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이나 1997~98년 대기근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한·미와 관계개선을 추구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과는 관계가 소원해지고 한·미와는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러·일에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한·미·중이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에 북한은 현재 러·일에 관심이 더 많다. 그러나 이건 한쪽이 잘 안 될 때 다른 쪽으로 움직이는 전술적인 것이다. 장기적 전략은 주체사상에 기반해 독립국가가 되는 것이고 모든 나라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대국에 묶이기보다는 한민족이라는 기반 아래 남한과 통일을 성취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해 일각에선 중국이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균열시키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사이를 벌려 놓으려는 것은 시 주석의 전략 중 일부분일 것이다. 또 그는 주요 2개국(G-2)으로 중국에 합당한 지위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한국에 많은 어려움을 잉태할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는가 “지정학적 게임에 몰두하는 것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한국은 역내 강대국들보다 더 약해질 것이고 그들의 영향력에 취약성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여러 해 동안 6자회담과 별개로 북한과 비공식 협상을 해온 것처럼, 한국도 북한과 비공식적 협상 채널을 만들어 다른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제3국에서 정규적으로 만날 수 있을 거다. 이것은 한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이로운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의 중요성을 내세워 비공식 채널은 선호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부친은 북한과 그런 협상을 했고 그래서 7·4 공동성명을 만들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원칙 준수도 중요하지만, 현명하고 국제적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동시에 여러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아시아재균형 정책이란 이름 아래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군사력 확충으로 미국을 뒷받침하면서, 동북아 긴장이 높아지고 군비경쟁 심화하고 있다. 남북한 평화공존을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데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이 내가 여러 해 동안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이유다. 이 틀에서는 남북한이 협상을 주도하고, 미국은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의 평화공존 체제의 구축은 남한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북한은 동맹은 아니지만 미국과 우호 관계를 갖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나는 이런 ‘전략적 트라이앵글’이 향후 25년간 남북 평화공존의 시대를 여는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중국을 배제하고 그런 협상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마지막 6자회담이 열린 이후로도 동북아는 많이 변했다. 나는 새로운 조합이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당사국들이 6자회담 재개를 원한다면 중국이 계속해서 의장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안보기구를 설치하려는 지역의 노력을 주도하는 걸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군사·안보 문제에 관한 어려운 협상들은 남북이 주도하고 미국이 촉진자로 참여하는 3자간에 진행돼야 한다.” -북-미 대화와 6자회담이 중단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쪽에선 북한이 대화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여 대화를 재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을 안다. 그러나 북한도 똑같은 요지의 말을 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5월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방중했을 때 북한의 공식적 메시지를 중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 미국이 식량 지원 같은 어떤 상호적 조처를 하지 않아도 2·29합의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면서 북한이 먼저 네댓가지의 사전조처를 먼저 행동에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2류(second-tier) 외교다.” -북한은 비핵화를 할 뜻이 있는가? “물론이다. 지난해 가을 트랙2 회의 때 북한은 모든 핵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해체할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말로는 안되고 구체적 행동을 먼저 취하길 원했다. 이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 사전 조처를 원했는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와 영변에 대한 사찰, 그리고 영변 지역 외에 있는 고농축우라늄 시설의 공개 또는 해체 등이다. 마지막 것은 새로운 요구다.” -한·미는 4~5가지의 전제조건을 요구하는데 이걸 1~2개로 줄인다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나? “현재 너무 많은 조건들이 있다. 그중 일부가 철회된다면 북한이 6자회담 복귀 방향으로 움직일 것다. 물론 어떤 조건이 철회되느냐에 달려 있다. 예컨대, 영변 외 고농축우라늄 시설 검증 요구는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을 거다. 2·29 합의 당시 포함된 조건들은 수용이 더 쉬울 거다.” -미국은 북한이 케네스 배 등 미국인 억류자들을 석방하면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말한다. 북한은 왜 그런 길을 택하지 않는가? “북한은 미국의 상호 조처 없이도 2·29합의에 복귀할 수 있다는 대담한 제안을 내놨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것이 큰 양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거기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미국은 계속해서 케네스 배 석방만 얘기했다. 북한 뉴욕채널과 접촉할 때마다 유일한 이슈는 케네스 배 석방이었다. 양쪽의 주장이 엇나가고 있다.” -대화가 시작되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 “이런 분위기에선 어느 쪽도 주요한 양보를 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지만 중요한 비정치적 제스처가 필요하다.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런 제스처에 합의하는 것이다. 그러면 양쪽이 이것을 구실로 해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수 있다.” -어떤 제스처를 말하는가? “핑퐁 외교 방식에서부터 북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두명의 미국인 석방까지 여러가지 가능한 아이디어가 있다. 그런데 미국인 두명을 석방하려면 북한으로선 이것이 협상의 재개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미국이 단순히 이들을 풀어주면 분위기가 좋아질 거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그래서 비공식 채널이 중요하다. 비공식이라는 건 제3자를 의미하거나 양국의 비고위급 관리들의 비공식·비공개 만남을 의미한다. 여기서 큰 조처는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할 수 있는 조처들에 합의할 수 있다. 양쪽은 그것을 빌미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경우에 제3자는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북정책이 매우 혼란스럽다. 신뢰프로세스가 뭘 의미하는지, 그리고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대박이 뭘 의미하는지 명확치 않다. 이것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인가? 한국 정부는 자신의 입장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중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쪽에서도 최근 단거리 미사일 쏘면서 다른 한편에선 특별제안을 하는 등 북한의 신호가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또 북한의 핵심 보직에 있는 인사들이 너무 자주 바뀌어 누가 실세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북-미 관계에서처럼 남북관계에서도 비밀 접촉이 있어야 한다. 고위급보다는 낮은 수준의 관리들의 접촉이 낫고 민간의 제3자가 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관리들은 새로운 대화를 향한 움직임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일부 조처에 합의해야 한다. 북한이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좋은 움직임이다. 지금 이것은 분위기를 무르익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이벤트다. 그러나 이게 어떤 공식적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 양국 정부가 미리 얘기를 나눠서 만드는 축제가 돼야 한다. 일부 양궁 선수들이 미리 전지훈련을 오는 것으로 안다. 이것은 훌륭한 제스쳐다. 대화 재개를 위한 훌륭한 방법이다. 이것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미리 양국 정부에 의해 합의된 즐겁고 흥분된 경험이 되어야 한다.” -이번 북-일 협상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결과가 양쪽 모두에게 기대 이상이었다. 분위기가 개선됐다. 그러나 동시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이것은 첫걸음일 뿐이다. 물론 첫걸음이 어떤 점에선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상황이 개선될 것이지만 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전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 기대 이상이었나? “일본은 북한 측이 전방위 조사를 하는데 진지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일본은 아마도 최종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어느 정도 자신하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시작 단계여서 신중하다. 북한은 일본 측이 납치 문제에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면 일본이 제재 해제와 인도주의적 지원 이상의 것을 할 의지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달리 말하면 북한은 국교정상화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개선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북-일 협상은 2002년과 2008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과거 협상 때와 차이가 있는가? “2008년에는 북한이 조사위원회 설치에 합의했으나 진지하지 않았다. 조사가 실시돼도 결과 그전과 같을 것이고 생존자가 없을 거라고 봤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엔 생존 일본인의 명단까지 제공함으로써 더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002년에는, 생존 일본인 5명을 2주간 일시 방문 뒤 북한에 돌아오는 것으로 합의가 됐으나 일본이 이를 지키기 않음으로써 협상이 파국을 맞았다.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물론 최종 결과는 양국 정부를 포함해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분위기가 개선됐고 상호 의심의 수위는 이전보다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2002년 당시 협상 때 논란이었던 요코다 메구미씨 문제는 해결될 수 있나 “아마도 메구미씨의 딸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메구미씨 부모는 북한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거절했다.” -북한의 특별조사위 구성은 어떻게 보는가 “지난번에는 조사위의 구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보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분명히 최대한도로 가능한 위원회가 구성됐다. 매우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협상이 국교정상화 교섭으로까지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지금 그걸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국교정상화 협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북한과 한·미 간 관계가 동시에 개선되지 않는 한 일본이 국교정상화 교섭으로까지 나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북-일은 이번에 왜 협상에 나섰는가. 아베 정권은 국내적으론 자신의 공약 이행을 통해 정치적 지지를 얻고, 다른 한편으론 한·중과의 갈등 국면에서 외교적 돌파구 찾으려는 것 같다. “맞다. 다만 사람들은 아베 총리 같은 극우 민족주의자가 북한과 협상하는 것에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아베에게 납치자 문제는 아베노믹스만큼 중요하다. 왜냐하면 납치문제 해결은 공약 이행일 뿐만 아니라, 아·태지역에서 중국에 대해 일본의 지위를 분명히 주장하는 방식이다. 아베는 이것을 통해 미국과 독립적으로 큰 외교적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 북한 쪽은 일본이 경제지원을 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지만 경제가 주요 동기는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가졌고 외부의 공격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동북아 5개국 모두와 동등하게 양자 협상을 하는데 더 자유로움을 느낀다. 한·중이 더 가까워진다는 인식은 그들에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뉴욕/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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