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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중, 닉슨 방중이후 가장 어려운 시험대 직면”

등록 2014-07-08 19:53수정 2014-07-08 22:12

9일 전략경제대화 냉랭한 개막
존 케리 국무·왕양 부총리 참석
위안화 추가절상·북 비핵화 논의
미국과 중국이 9~1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관계 개선을 시도한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미국 서부의 사막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양국 정상이 마오타이주로 건배하며 협력을 다짐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쪽에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콥 루 재무장관이, 중국에선 왕양 부총리와 양제츠 국무위원이 대표로 나선다.

중국 외교부의 정쩌광 부장조리(차관보)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 지난 5월 중국군 장교 5명을 사이버 해킹 혐의로 기소한 것은 고의로 조작한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 사건으로 양국 간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동·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도 미국이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이런 잘못된 행동은 미-중 관계에 불확실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회담을 이틀 앞두고 주최국이 손님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양국 관계가 지난 1년간 급속히 악화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이른바 ‘신형 대국관계’를 만들어 가기로 합의했다. 갈등과 충돌로 이어졌던 과거 강대국들의 관계와 달리 양국의 핵심 이익을 보장해줌으로써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중은 사이버 해킹과 동·남중국해 영유권 등 핵심 이익을 두고 1년 내내 대립했다. 사이버 해킹과 관련해선 초반엔 미국 쪽이 자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해킹을 비판하며 공세를 폈으나, 에드워드 스노든의 국가안보국(NSA) 감시프로그램 폭로를 계기로 중국 쪽이 반격에 나섰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중국 쪽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와 남중국해 석유시추 강행 등 강공책을 펴자, 미국은 일본·필리핀 등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강조하고 베트남 등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워싱턴 포스트>는 7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우크라이나·러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동안 미-중 관계는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래 가장 어려운 시험대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관계는 과거에도 1989년 천안문 사태 등 어려운 국면이 많았지만 지금처럼 근본적·구조적으로 악화된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중국 쪽은 미국이 아시아 주변국들의 영유권 주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의심하고, 미국 쪽은 중국이 주변국들을 군사력으로 위협해 궁극적으로 미국을 아시아에서 축출하길 원한다고 의심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중국 관계를 소홀히 한 점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니랜즈 회담 방식의 비교적 자유로운 ‘와이셔츠 회담’을 올해 중국에서 하기로 했으나 이를 거절해 중국 쪽을 화나게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회담에선 안보 이슈 외에도 위안화 절상과 투자협정 체결 등 경제 현안도 주요하게 다뤄진다. 루 재무장관은 중국 쪽에 위안화 추가 절상을 압박할 예정이지만, 중국 쪽은 위안화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되고 있다며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협정 문제는 지난해 전략경제대화에서 이미 ‘협상 재개’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번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은 중국이 외국인 투자가 가능한 분야를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도 의제에 포함돼 있으나 6자회담 재개 방안이나 추가적인 제재 등과 관련해 양국 견해 차이가 커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양국 모두 이번 회담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진전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며 “그보다는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는 걸 막으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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