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주 ‘주민 3분의2 흑인’ 도시
시민들 사흘째 시위…FBI 직접수사
시민들 사흘째 시위…FBI 직접수사
미국 미주리주의 소도시 퍼거슨시에서 9일 10대 흑인 청년이 백인으로 보이는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사흘째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10일 수천명의 시민들이 시내로 몰려나와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뒤 상점을 약탈하고 경찰 차에 방화하는 등 폭동 양상을 보였다. 이어 11일에도 수백명이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해 진압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으며, 연방수사국(FBI)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은 대학 입학을 앞둔 마이클 브라운(18)과 친구 도리안 존슨이 9일 낮 편의점에서 나와 도로를 무단횡단한 것이 발단이 됐다. 존슨은 지역 방송에 “경찰이 인도로 올라가라고 했으나, 우리가 계속 차도로 걸어가자 경찰이 총을 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운이 도망치다가 총에 맞을 것을 우려해 머리를 손에 올리고 몸을 구부렸으나 경찰은 계속 총을 쐈다”고 말했다. 부검 결과 브라운은 총을 여러 발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의 설명은 다르다.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 쪽은 브라운이 경찰을 순찰차 쪽으로 밀쳤으며, 두 사람이 순찰차에 있는 총을 먼저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벌였다고 밝혔다. 경찰 쪽은 총을 쏜 경찰의 이름은 물론 인종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 목격자는 백인 경찰이 총을 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에 위치한 퍼거슨시는 인구 2만1000여명의 소도시로, 주민의 3분의 2가 흑인이다. 그러나 지방 정부 공무원과 경찰은 대부분 백인이어서 흑인들이 홀대를 받는다는 불만이 많이 제기돼 왔다. 사건 현장 인근에 사는 유치원 교사 패드리스 맥해스켈은 <뉴욕타임스>에 “경찰들이 경미한 사안에도 흑인 청년들을 불러 세우는 일이 많았다”며 “이번 사건은 경찰들의 간섭으로 쌓인 흑인들의 잠재된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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