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주 정부의 야간 통행금지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선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최루탄 발사 차량을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 퍼거슨은 지난 10일부터 10대 흑인 소년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연막탄 그리고 장갑차까지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퍼거슨/EPA 연합뉴스
경찰, 10대 사망 직전 절도장면 공개
시민 “경관행위 정당화 시도” 분노
일부 시위대 상점 약탈 등 폭력 양상
수사·지휘 체계 혼선 사태악화 불러
흑인사회 “오바마 대처 미흡” 주장
시민 “경관행위 정당화 시도” 분노
일부 시위대 상점 약탈 등 폭력 양상
수사·지휘 체계 혼선 사태악화 불러
흑인사회 “오바마 대처 미흡” 주장
10대 흑인 총격 사망 사건으로 발생한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흑인 시위가 15일 다시 폭력적 양상을 띠면서 주 정부가 16일 비상사태와 야간 통행금지를 선포했다.
제이 닉슨 미주리주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소수의 약탈자들이 퍼거슨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렇게 발표했다. 야간 통행금지는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다.
<시엔엔>(CNN) 방송을 보면, 16일 자정 첫 통행금지 조처가 시행됐으나 100여명의 시위대는 이를 거부하고 시위를 계속했다. 이에 경찰이 최루탄 대신 연막탄을 쏘면서 해산에 나섰다. 17일 새벽 1시20분께 시위대는 대부분 해산했으며 마지막까지 남은 일부는 체포됐다.
닉슨 주지사가 이런 강경책을 들고나온 것은 전날 밤 또다시 약탈행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 등 현지 언론을 보면, 15일 시위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으나 자정께부터 일부 시위대가 편의점 등 상점 4곳의 유리창을 깨고 물건들을 훔쳐갔다. 권총을 공중으로 쏘기도 했다. 또 경찰 편을 든다며 취재기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들의 행위가 시위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면서 상점 문 앞을 가로막고 약탈 행위를 저지하기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시민들의 분노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경찰 당국이었다. 톰 잭슨 퍼거슨시 경찰서장이 15일 오전 총격을 가한 경찰관의 이름을 공개하고, 동시에 사망한 흑인 마이클 브라운(18)이 총격을 받기 10여분 전 인근 편의점에서 절도를 하는 장면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브라운이 담배를 훔쳐가면서 편의점 직원을 위협하는 장면이 담겼다. 그러나 잭슨 서장은 이날 오후 회견에선 “총격을 가한 이 경관은 브라운의 절도 행위를 몰랐다”며 “절도와 총격은 별개 사건이며 비디오 공개는 언론의 요청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서장의 동영상 공개가 브라운의 폭력성을 드러내 경관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였다.
사태 악화에는 경찰의 사건 처리 및 지휘 체계 혼선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치안은 고속도로 순찰대로 넘어간 상태이고, 수사는 퍼거슨시 경찰과 법무부·연방수사국(FBI)이 맡고 있다. 잭슨 서장은 법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디오를 공개했다.
일부 흑인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엔비시>(NBC) 방송은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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