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미 정부 공직자 윤리 규정에 어긋날 수 있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스엔에스)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얼음물 뒤집어쓰기’ (아이스 버킷 챌린지) 도전을 거부했다.
얼음물 뒤집어쓰기는 자신이 얼음물을 맞은 뒤 24시간 안에 에스엔에스에 올리고, 다음에 얼음물 뒤집어쓰기에 도전할 사람을 지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얼음물 뒤집어쓰기 방식이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기원도 불분명하다. 다만, 올해 여름부터 미국에서 유행하는 얼음물 뒤집어쓰기는 희귀 난치병인 루게릭병 지원 단체인 에이엘에스(ALS) 협회 지원 바람과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는 도전을 받은 사람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든지 아니면 에이엘에스에 기부금 100달러를 내는 방식이 유행 중이다. 하지만 얼음물을 뒤집어쓰고도 기부금을 내는 사람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얼음물 뒤집어쓰기 도전을 한 이는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부인 에델 케네디와 가수 저스틴 비버 그리고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 등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에이엘에스에) 상당한 기부금을 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얼음물 뒤집어쓰기 도전을 거부한 이유는 미국 정부의 얼음물 뒤집어쓰기 행사를 보는 태도에서 짐작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이번주 국외 대사관들에 얼음물 뒤집어쓰기 행사가 공직자 윤리 규정에 어긋날 수 있으니 대사 같은 고위 공직자는 참여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미 국무부는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민간 기금 모집 행사에 대사관 같은 공적 장소를 사용해서는 안되며, 고위 공직자의 민간 기금 모집 행사는 ‘선호와 편애’라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미 국무부는 앞서 댄 샤피로 이스라엘 대사와 서맨사 파워 유엔(UN) 대사가 얼음물 뒤집어쓰기에 동참한 뒤, 내부적 법률 검토를 거쳐 금지 조처를 내놨다.
미국 얼음물 뒤집어쓰기 열풍으로 에이엘에스는 많은 기부금을 끌어모았다. 에이엘에스는 성명을 통해 얼음물 뒤집어쓰기가 미국에서 유행한 여름 기간인 7월29일부터 지난 21일까지 4180만달러를 모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0만달러를 모은 데 견주면, 거의 20배 가까운 기부금을 모은 셈이다.
조기원 기자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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