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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인종차별 금지법 50년 됐지만…영화속 인종차별이 나의 현실”

등록 2014-08-22 19:29수정 2014-08-22 21:53

10대 흑인 소년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 사건 현장에서 21일(현지시각) 애슈턴 그레이엄이 경찰의 흑인 차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왼쪽 뒤편 꽃이 놓여 있는 곳이 총격 사건 현장이다.
10대 흑인 소년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 사건 현장에서 21일(현지시각) 애슈턴 그레이엄이 경찰의 흑인 차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왼쪽 뒤편 꽃이 놓여 있는 곳이 총격 사건 현장이다.
[미 퍼거슨시 현장 르포 ‘흑인 사망’ 시위 확산]
‘사망 흑인’ 인근 거주 청년 분노
“경찰, 이유없이 의심·구타 잦아
그들의 편견은 바뀌지 않았다”
시위 진정…주방위군 철수 시작
흑인인 애슈턴 그레이엄(25)은 지난 9일 10대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18)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곳에서 50여m 떨어진 아파트에 산다. 간이도로 양옆으로 3층짜리 아파트 15개 동으로 구성된 이 단지는 브라운의 할머니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21일(현지시각)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인터뷰에 응한 그레이엄은 사건 당일 잠을 자다 총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사건 직후 “기관총으로 무장한 수십명의 경찰들이 경찰견 6~7마리를 몰고 와 사람들을 위협했다. 정말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부터 매일 시위에 참가했다고 한다.

현재 인근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다는 그레이엄은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일상화된 과잉 단속과 폭력에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그는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왔다가 걸으면서 담배를 피워도 경찰이 아무런 이유 없이 다가와서 검문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흔한 괴롭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찰들이 우리를 순찰차 뒷좌석으로 데려간 뒤 구타를 하고 나서는 차로 이동해 다른 동네에 내려놓고 가버리는 행위가 자주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레이엄은 3주 전 밤 10시30분께 인근 세인트루이스 시내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경찰한테 구타를 당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었는데도 “경찰이 근처에서 도둑 신고를 받았다면서 나를 의심하고 순찰차 뒷좌석으로 데려가 복부를 가격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은 몸과 어깨 등에 새겨진 문신을 가리키면서 경찰은 이 문신만 보고 나를 폭력배로 여긴다고 했다. 그는 “문신은 나의 예술작품”이라면서 “가족이나 친구들의 이름을 새겨서 애정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우리를 자기들의 잣대로 분류하고 있는 것 같다”며 “문신으로 인해 나는 자동적으로 나쁜 놈으로 분류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 매일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며 “인종차별을 다루는 영화가 바로 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레이엄은 브라운이 무단횡단을 하다 숨진 것과 관련해 “이 도로는 횡단보도가 없어서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이 괜한 변명거리를 만들어서 단속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장소를 기점으로 반경 약 1㎞ 이내에는 횡단보도가 없었다. 그는 백인 경찰들이 왜 흑인들을 이렇게 대하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우리를 여전히 시중드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며 “인종차별 금지법이 통과된 지 50년이 지나고 너도나도 평등을 말하지만 그들의 편견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첫 흑인 대통령까지 나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욕설을 해가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조금 바꾸려고 시도는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우리를 위해서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형제자매가 10명으로 부모의 학비 부담 때문에 늦깎이로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제이 닉슨 미주리주 주지사는 21일 성명에서 “시위 상황이 계속 호전되고 있다”며 “주방위군의 철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퍼거슨/글·사진 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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