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가 2일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스티븐 소틀로프를 무참히 살해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슬람국가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동영상을 갈무리한 것이다. AP 연합뉴스
‘이슬람국가’, 미국인 두번째 참수
스티븐 소틀로프 기자 희생
세번째로 영국인 살해 예고도
오바마, 이라크 350명 추가 파병
민주당도 ‘시리아 개입하라’ 촉구
스티븐 소틀로프 기자 희생
세번째로 영국인 살해 예고도
오바마, 이라크 350명 추가 파병
민주당도 ‘시리아 개입하라’ 촉구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틀로프(31)를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2일 공개했다.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살해한 지 불과 2주 만에 벌어진 일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이슬람국가의 시리아 내 근거지에 대한 군사 공격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 대한 두번째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배포된 이 동영상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채 무릎을 꿇은 소틀로프가 칼을 든 이슬람국가 반군에 의해 살해당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소틀로프의 목에 칼을 들이댄 이 반군은 검은색 복장에 두건을 두르고 마스크를 썼으며 영국식 억양의 영어를 썼다. 그는 “오바마, 이슬람국가를 향한 당신의 오만한 외교정책 때문에 내가 돌아왔다”며 “당신들의 미사일이 우리를 향해 계속 발사된다면 우리의 칼은 너희들을 계속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는 물러나고 우리를 이대로 내버려둬라”고 말했다. 이슬람국가 반군은 이 동영상에 세번째 인질인 영국인 데이비드 헤인스를 등장시켜 그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 당국은 이 동영상이 진본이라고 확인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3일 성명을 내 “미국 정보기관이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틀로프 참수 영상을 분석했으며 진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럽 순방을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기 직전 이 동영상을 본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에스토니아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살인자들이 무고한 미국인을 살해함으로써 무엇을 달성하려 했든, 그들은 이미 실패했다”며 “이런 짓은 테러리스트와 싸우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강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행동 범위는 넓다”고 경고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지난달 29일 이슬람국가의 시리아 근거지에 대한 군사 전략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고 밝힌 오바마 대통령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고 전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여전히 이슬람국가의 시리아 근거지에 대한 군사 공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군사 전략을 검토하고, 연합군을 결집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름 끼치도록 잔인한 살해 장면이 잇따라 미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고, 의회에서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부까지도 ‘더 대담하게 행동하라’고 촉구하는 등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이날 핵심 동맹국들과 함께 미국이 이슬람국가에 대해 더 공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 이라크에 미군 350명의 추가 파병을 승인했다. 백악관 쪽은 “바그다드에 있는 외교 시설과 인력 보호를 위해 350명의 병력이 더 필요하다는 국무부의 요청이 있었다”며 “이 병력은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처로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은 1100명을 넘어서 미국의 군사개입 수위는 점차 높아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번 동영상이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군사 공격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직 관리인 스티븐 사이먼은 <뉴욕 타임스>에 “소틀로프 기자의 살해는 예견됐던 것”이라며 “미국이 이슬람국가의 서쪽 근거지를 타격할수록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위해 개입하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사진은 얼마 전 자비를 호소한 소틀로프의 어머니.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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