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역할만 수행’ 조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이 과장됐으며, 미국은 이슬람국가 격퇴와 관련해 외교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소속 중동 전문가인 램지 마르디니는 14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상황, 2011년 아랍의 봄을 잘못 해석한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잘못된 판단이 또다른 비극적 외교정책 실수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이슬람국가 공습은 이 조직의 대내외 인지도를 높여주고, 중동지역에서 미국 등 다른 지역으로 위협을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르디니는 2010~2011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보좌관을 지냈다.
그는 “이슬람국가의 미국인 기자들 참수는 미군의 이라크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행해진 것인데도 미국은 이것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슬람국가의 이라크 제2도시 모술 점령은 이들이 강해서라기보다는 이라크군이 약체인데다 수니파의 광범위한 반란에 힘입은 바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슬람국가는 극단적 이념과 잔인한 행동들로 인해 대중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얻기 어렵고 동맹세력을 규합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국가가 장악지역을 더 확장하면 시아파가 다수인 지역까지 가게 되는데 이 지역을 통제하는 것은 이들의 역량을 벗어난 것”이라며 “미군의 이라크 공습이 없었더라도 이들의 영토 확장은 제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디니는 터키는 쿠르드족 견제를 위해, 시리아와 이란은 시리아 반군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약화시키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견제를 위해 이슬람국가의 성장을 방조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이 지금까지는 이슬람국가 쪽에 유리했으나, 이들의 모술 점령을 계기로 지역 국가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슬람국가에 대한 군사행동은 서방국가들이 아니라 중동 국가들이 주도해야 한다”며 “미국은 이들 국가들의 협력을 촉진하는 외교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권고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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