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에서 에릭 홀더 법무장관의 사임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소수인종 등 소수자 보호 앞장
5년8개월여 재임 끝에 사의 밝혀
5년8개월여 재임 끝에 사의 밝혀
미국 최초의 흑인 법무장관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에릭 홀더(63)가 25일 사의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달콤씁쓸하다”고 아쉬워했고, 홀더도 “착잡하다”며 눈물을 비쳤다. 홀더는 후임이 지명돼 상원 인준을 받을 때까지 법무장관 직을 계속 수행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복귀한 직후 백악관에서 홀더와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 방지에서 시민권리 보호, 화이트칼라 범죄 대응 등 홀더의 업적을 상세히 열거했다. 특히 “투표권법에 대한 (외부) 공격에 굽힘이 없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투표권법은 주정부가 선거법을 개정할 때 소수인종의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하지 못하게끔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5 대 4로 이 조항에 위헌 판결을 내렸지만, 홀더는 “모든 미국인들이 정당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날까지 투쟁이 이어질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홀더는 취임 이후 미국 내 흑인 및 히스패닉·아시아계 등 소수 인종·민족과 게이·레즈비언 등 성적 소수자를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선봉 역할을 자임해왔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강력히 주장하고,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인종 문제에서 한층 대담한 발언을 마다하지 않아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엔피아르>(NPR)는 “그는 2009년 ‘미국은 인종 문제 측면에서 겁쟁이들의 나라’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5년후엔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흑백 갈등 소요사태가 불거지자 직접 현장을 찾아 사태 진화를 시도했다”고 그의 재임기간을 요약했다.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세력은 홀더에게 상찬을 보냈지만, 공화당과 보수층은 ‘분열주의자’라고 공격했다. 이날도 민주당의 존 루이스 하원의원은 “그의 사임은 정의를 추구하는 모든 미국인에게 큰 손실”이라고 한 반면, 공화당의 대럴 이서 하원의원은 “홀더는 법 집행에 쓸 데 없이 정치를 개입시켰다”고 했다.
홀더의 사퇴 결심엔 5년8개월여의 긴 재임 기간 동안 불거진 잦은 정치적 공방에 따른 피로감과 최근 어지럼증 및 호흡곤란을 겪은 건강 문제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에이비시>(ABC) 방송은 “홀더가 오바마 대통령과 지난 노동절(9월1일) 주말 백악관에서 한 시간 가량 대화하면서 물러나는 것으로 최종 정리가 됐다”고 전했다.
홀더는 2008년 대선 초반부터 선임 법률고문으로 활동했으며, 오바마 1기 행정부 원년에 법무장관이 됐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