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전염을 차단할 수 있다는 미국 방역당국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에볼라 발병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5일 현재 미국 내 에볼라 환자는 1명뿐이지만, 발병 의심 신고는 100건 넘게 접수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여름 이후 100건 이상의 에볼라 의심 사례를 검토했지만,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텍사스주의 1명뿐”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의 토머스 프리드먼 국장은 “하루에 약 800명의 시민들로부터 전화와 이메일 문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 확진 환자인 라이베리아 출신 토머스 던컨은 텍사스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병세가 더 악화돼 매우 위독한 상태다. 프리드먼 국장은 “기존에 미국인 환자에게 투약했던 실험용 약은 더이상 확보가 어렵다”며 “다만, 환자 가족과 의사가 동의한다면 다른 약을 투약할 수는 있으나 초기에는 병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던컨과 접촉했던 사람들 가운데 에볼라 증상을 보이는 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던컨과 함께 아파트에서 거주했던 여자 친구 등 4명은 당국이 제공한 거처로 이동한 뒤 격리돼 있다. 던컨이 감염 뒤 직간접으로 접촉했던 80여명의 시민들은 정기적으로 체온을 재는 등 당국의 모니터링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던컨이 병원으로 실려올 때 함께 앰뷸런스에 탔던 노숙인이 4일 한때 종적을 감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이 던컨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텍사스주 이외 다른 지역에서도 에볼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4일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서는 승객 한 명이 구토 증상을 보이자 에볼라 발병이 아니냐는 의심 때문에 황급히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이 환자는 라이베리아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라이베리아에서 취재 도중 에볼라에 감염된 <엔비시> 방송의 프리랜서 카메라맨 아쇼카 묵포(33)는 6일 미국에 도착해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의 특별격리 병동에서 치료받을 예정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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