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이 2011년 10월 방한했을 때, 한반도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네타 전 장관은 7일(현지시각) 펴낸 회고록 <값진 전투들>(Worthy Fights)에서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 등 한국 고위당국자들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논의했다고 소개한 뒤, “북한의 공격이 있을 때 필요하다면 핵무기를 가지고 한국을 방어한다는 약속을 포함해 우리의 오랜 방위협정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전해인 2010년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방한했을 때에도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 침략에 따른 비상계획을 보고하면서 “만일 북한이 남침한다면 우리의 전쟁계획은 미군사령관이 한국과 미국의 모든 병력에 대한 명령권을 갖고 한국을 방어하도록 돼 있으며, 필요할 경우 핵무기 사용도 포함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네타 전 장관은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 적국의 위협 시나리오를 설명하면서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이런 시나리오를 감행할 잠재적 국가들이지만 북한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아직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능력은 없지만, 앞으로 이 미사일이 미국의 도시를 향해 날아들고 핵탄두가 아니더라도 재래식 탄두가 폭발할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또 파네타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 “중국 역시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며 “중앙정보국장과 국방장관으로 있으면서 중국한테 북한을 통제하고 적어도 북한 정권이 무너질 경우 개입하겠다고 보장하라고 압박했지만, 중국에도 북한 정권은 굉장히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10월 중국의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예방했을 때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역내 우방들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미국에도 위협이 된다’고 하자 시 부주석도 한숨 비슷한 것을 쉬면서 북한이 중국에도 골칫거리라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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