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치러진 볼리비아 대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에보 모랄레스(가운데) 대통령이 출구조사 발표 직후 수도 라파스의 대통령궁 발코니에 나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라파스/AP 연합뉴스
볼리비아 대선 1차투표 60% 득표
“반제국주의자들의 승리” 소감
중졸·빈농 출신 첫 원주민 대통령
연 5% 이상 성장률 ‘경제기적’ 일궈
“반제국주의자들의 승리” 소감
중졸·빈농 출신 첫 원주민 대통령
연 5% 이상 성장률 ‘경제기적’ 일궈
“이것은 반제국주의자들과 반식민주의자들의 승리다.”
12일 치러진 볼리비아 대선 1차 투표에서 약 60%의 득표(개표 진행중·출구조사 결과)로 완승을 거두며 3연임에 성공한 에보 모랄레스(55) 볼리비아 대통령의 당선 소감이다. 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함께 남미 좌파 지도자의 상징으로 불리는 그답다. 2006년 첫 집권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번 승리로 2020년까지 계속 볼리비아를 이끌게 됐다.
남미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수세기 동안 소수의 백인 부유층이 부와 정치 권력을 독점해온 볼리비아에서 첫 원주민 대통령인 모랄레스가 지난 8년 동안 이뤄낸 성과는 세번째 당선의 밑거름이다. 그는 2006년 1월 첫 취임식에서 원주민들을 위한 정치, 식민지 유산 척결, 불평등 해소를 약속했다. 첫 정책은 부유층 기업가들이 좌지우지해온 석유·가스 산업의 국유화였다. 이어 광물업, 통신, 상하수도 등도 모두 국유화했다. 이를 통해 늘어난 국가재정으로 공공 분야 투자를 늘리고 빈곤층의 교육 보조금과 연금을 늘렸다. 헌법을 개정해 원주민 권리를 강화하고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보수세력의 반발이 커지자 2008년 대통령 신임투표라는 정면 승부로 맞서 67%가 넘는 지지율로 재신임을 받았다.
이런 정책에는 모랄레스 개인의 삶과 각성이 녹아있다. 아이마라 원주민 부족의 극빈층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다. 양치기, 벽돌공장 노동자 등을 거쳐 코카를 재배하는 농민이 됐고, 1988년부터 코카잎 재배농 권익옹호 단체를 이끌면서 원주민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급성장했다.
남미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로 꼽히던 볼리비아는 모랄레스 집권 8년 동안 ‘안데스의 기적’을 이뤘다. 매년 평균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빈곤층의 25%가 빈곤 탈출에 성공했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1203달러에서 2868달러로 늘었다. 수도 라파스 도심과 가난한 이주 노동자 주거지인 엘 알토를 잇는 케이블카 ‘텔레페리코’ 건설 등 대중교통이 개선됐고, 점점 더 많은 가구에 취사용 천연가스가 공급되고 있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막대한 자원 수입이 소수 부유층에 집중되는 구조가 바뀌자, 서민들의 삶의 풍경이 변한 것이다.
그는 집권 초기부터 반미·반제국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며 미국의 패권에 공공연히 도전했다. 하지만, 모랄레스의 급진적 정책을 비난하던 볼리비아 중산층들도 이젠 그의 지지자로 바뀌고 있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해결하지 못했고, 점점 더 친 중산층 정책으로 기울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모랄레스가 불평등을 줄이고 남미에 새로운 경제·사회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크지 않다. 그가 개헌을 통해 4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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