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에번스(오른쪽 두번째) 전 연방 하원의원(일리노이·민주)
미국 의회에 위안부 문제를 처음 알리고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위해 노력해온 레인 에번스(사진) 전 연방 하원의원(일리노이·민주)이 별세했다. 향년 63.
<시카고 트리뷴>은 6일 “에번스 전 의원이 전날 밤 고향인 일리노이주 록아일랜드 인근 이스트몰린의 요양원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에번스 전 의원이 오랜 기간 파킨슨병으로 투병했으며 2년 전부터 요양원 생활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1982년 연방 하원의원에 첫 당선돼 12선을 연임했으나 병세가 악화되면서 2007년 의회를 떠났다. 미 하원에서 대표적인 진보파 중 한명이었으며 ‘의회 진보 코커스’ 창립회원이었다. 특히, 그는 위안부와 남북 이산가족, 한국계 혼혈인의 권리 확보를 위한 법안 마련에 애를 쓴 대표적인 지한파 의원이었다.
에번스 전 의원은 1999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미국 하원 의사록에 처음 남기고 2000년부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꾸준히 제안했다. 그가 발의한 위안부 결의안은 2006년 9월 하원 외교위를 처음 통과했으나, 당시 하원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아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그는 당시 외교위 통과 과정을 지켜본 뒤 “야만스런 행위에 대해 일본 정부는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번스 전 의원의 은퇴 뒤 이를 이어받아 2007년 하원 본회의에서 위안부 결의안 채택 결실을 얻어낸 마이크 혼다(캘리포니아·민주) 연방 하원의원은 “위안부 문제를 미 의회에 알리기 위해 오랫동안 힘든 싸움을 해온 에번스 전 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혼다 의원이 상정한 위안부 결의안도 에번스 전 의원의 결의안에 기초한 것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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