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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뉴욕 백인 경찰 불기소’ 분노…미국 전역 백인동참 시위 확산

등록 2014-12-05 19:38수정 2014-12-05 22:06

흑인 청년을 체포하려다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처분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4일 뉴욕에서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관 모형들을 거리에 놓은 뒤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뉴욕에서 이틀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 것을 비롯해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 항의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뉴욕/AP 연합뉴스
흑인 청년을 체포하려다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처분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4일 뉴욕에서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관 모형들을 거리에 놓은 뒤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뉴욕에서 이틀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 것을 비롯해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 항의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뉴욕/AP 연합뉴스
공화당 일부에서도 지지 보내
베이너 하원의장 “대배심 의문”
클린턴 전 국무 “형법 균형잃어”
인권단체, 경찰·대배심 개혁 요구
흑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에 대한 뉴욕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4일(현지시각) 밤 뉴욕을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흑인 청년을 총격 사살한 백인 경찰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지 불과 9일 만에 또다시 이런 결정이 내려지자, 경찰과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1960년대 흑인들의 민권운동처럼 대규모 민권운동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인다.

시위 중심지인 뉴욕에선 시위대가 전날보다 크게 불어나 5000여명에 이르렀다고 미국 방송들은 전했다. 이들은 맨해튼의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거리 행진을 벌여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그러나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었다. 뉴욕 시청 인근의 폴리 스퀘어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숨진 흑인 에릭 가너(43)가 마지막으로 외친 “숨을 쉴 수가 없다”는 말을 구호로 외쳤다. 또 “모든 시스템을 폐쇄하라” 같은 격한 구호도 나왔다. 일부는 맨해튼 서부 간선도로인 ‘웨스트사이드’ 고속도로를 점거했고, 일부는 맨해튼 남부에서 브루클린 다리 진입을 시도했다. 브루클린에서는 수백명이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관 수십개를 도로에 놓은 뒤 그 옆에 죽은 듯 드러눕는 시위를 벌였다.

또 워싱턴과 보스턴·볼티모어·샌프란시스코·시카고·피츠버그 등에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시내 주요 도로를 행진했으며, 일부에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미주리주 퍼거슨의 흑인 청년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내 시위는 뉴욕 대배심을 거치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퍼거슨 시위가 주로 흑인과 민주당 지지세력 중심이었다면, 이번 시위엔 흑백을 가리지 않고 참가하고 있으며 공화당 일부에서도 시위대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시엔엔>(CNN)은 4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시위는 젊은층과 흑인이 중심이지만 백인들도 많이 참가해 매우 다양했다”고 전했다. 또 <워싱턴 포스트>는 “퍼거슨 시위는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정치적·인종적 분열 현상을 잘 보여줬지만, 이번 뉴욕 시위는 인종적·이념적 간극을 넘어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뉴욕 사건에선 백인 경찰이 흑인을 목 졸라 숨지게 하는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뉴욕시는 물론 워싱턴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근본적인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치안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경찰을 전원 재교육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퍼거슨 사태 때는 이렇다 할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던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미국 형법체계가 균형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이번 대배심 결과와 관련해 “많은 의문들이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퍼거슨 시위에 대해 주로 비판을 했던 것과 다른 반응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시위대의 개혁 요구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흑인 인권운동 단체들은 연방정부가 적극 나서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막기 위한 경찰 개혁과 함께, 주 단위의 대배심 시스템을 개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권 남용과 관련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는 대배심 대신에 독립적인 특별검사를 임명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검경이 지방정부 관할하에 있어 연방정부가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흑인 인권운동 단체들은 앞으로 대규모 시위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대표적 인권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는 4일 다른 인권운동가들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는 13일 워싱턴에서 ‘경찰폭력 반대 국민행진’ 행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에는 퍼거슨과 뉴욕에서 백인 경찰에 희생된 흑인 마이클 브라운과 에릭 가너의 유족들도 참가할 예정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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