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암살을 다룬 영화 ‘더 인터뷰’. 예고편 화면 캡처
미국 소니영화사를 해킹한 단체가 오는 25일 영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테러 위협까지 하고 나서, 미국 사회가 뒤숭숭하다. 16일 극장에 대한 테러 위협이 나오면서 주요 방송사와 신문들이 주요 뉴스로 다루기 시작했다.
자칭 ‘평화의 수호자’(GOP)라고 밝힌 이 단체는 이날 파일 공유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이 영화가 상영되는 장소에서, 테러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쓰라린 운명을 맞이할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며 “세계가 두려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2001년 9월11일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 상영 시간에 그 장소에서 떨어져 있을 것을 권유하며 영화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집을 떠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면서 소니영화사의 엔터테인먼트 담당 사장인 마이클 린턴의 이메일 3만2천여개도 공개했다. 이 단체는 최근 소니영화사 전산망을 해킹해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미개봉 영화 등 정보를 대량으로 빼갔다.
이에 대해 미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발표해 “테러 위협을 분석 중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내 영화관에 대한 음모를 시사하는 믿을 만한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해킹이 북한과 연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니영화사와 극장주 쪽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니영화사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우려해 극장주 쪽이 이 영화 상영을 취소하더라도 반대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 4위의 극장 체인인 카마이크 시네마스는 이 영화 상영을 벌써 취소했다. 특히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입주한 쇼핑몰 등은 이번 테러 위협으로 고객이 발을 끊을 것을 우려해 극장주 쪽에 상영 취소를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랜드마크 선샤인 시네마도 16일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18일로 예정된 이 영화의 뉴욕 시사회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인터뷰할 기회를 잡은 미국 토크쇼 사회자 등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김정은 암살 지령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뉴욕 타임스>는 “메이저 영화사가 특정 국가의 현직 지도자의 암살을 다루는 것은 그것이 코믹하건 아니건 간에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극장에 대한 광범위한 폭력 위협 또한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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