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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속보] 미국-쿠바, 53년 만에 ‘적대 관계’ 청산 선언

등록 2014-12-18 06:52수정 2014-12-18 09:52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인 명절 ‘하누카’ 리셉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얘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특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대 쿠바 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즉각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을 개시하라고 지시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1959년 1월 혁명을 통해 공산정부를 수립한 지 2년만인 1961년 1월, 미국은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해 왔다. (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인 명절 ‘하누카’ 리셉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얘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특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대 쿠바 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즉각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을 개시하라고 지시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1959년 1월 혁명을 통해 공산정부를 수립한 지 2년만인 1961년 1월, 미국은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해 왔다. (AP=연합뉴스)
오바마-카스트로 전화 통화, 관계 정상화 나서기로 최종 합의
양국에 수감됐던 스파이 석방·쿠바 경제 제재 일부 완화 취해
미국과 쿠바가 53년간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관계정상화에 나서기로 17일(현지시각) 전격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6일 전화통화를 통해 관계정상화에 나서기로 최종 합의했으며, 17일 각각 성명을 통해 이를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수십년간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키는데 실패한 시대에 뒤진 접근법을 끝내고 두나라간 관계정상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변화를 통해 우리는 아메리카 대륙 국가 간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며 “존 케리 국무장관으로 하여금 즉각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논의를 쿠바와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두 나라가 외교관계 정상화에 나서는 것은 1961년 1월 이후 53년 만이다. 1959년 당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혁명을 공산화를 선언한 뒤 자국 내 미국 기업의 재산을 몰수하고 국영화하자 미국은 1961년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이듬해부터는 금수조치를 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지난 50년은 고립화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제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쿠바에 실시해온 봉쇄정책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는 쿠바에 미국식 자유를 전파하려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면서도 “우리가 지난 50여년간 해온 것을 똑같이 지속해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같은 시각 수도 아바나에서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우리는 두 나라 간의 몇몇 상호 관심사를 해결하는 데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은 쿠바 국민들의 존중과 인정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 해결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나라에 심대한 손실을 초래한 경제·상업·금융 봉쇄 조처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이번에 만든 진전은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교도소에 5년여 수감됐다가 17일(현지시간) 전격 석방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65, 가운데 카메라 쪽을 향하고 있는 사람)가 이날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패트릭 리히 연방 상원의원(민주·버몬트주) 보좌관 팀 리저와 포옹하고 있다. 왼쪽은 그로스 부인 주디, 오른쪽은 짐 맥거번 하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주). 미 국무부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하도급업체 직원이던 그로스는 2009년 12월3일 쿠바 아바나에서 현지 유대인 단체에 불법 인터넷 장비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뒤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6년째 복역해왔다. (AP/질 저크먼 제공=연합뉴스) 쿠바
교도소에 5년여 수감됐다가 17일(현지시간) 전격 석방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65, 가운데 카메라 쪽을 향하고 있는 사람)가 이날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패트릭 리히 연방 상원의원(민주·버몬트주) 보좌관 팀 리저와 포옹하고 있다. 왼쪽은 그로스 부인 주디, 오른쪽은 짐 맥거번 하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주). 미 국무부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하도급업체 직원이던 그로스는 2009년 12월3일 쿠바 아바나에서 현지 유대인 단체에 불법 인터넷 장비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뒤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6년째 복역해왔다. (AP/질 저크먼 제공=연합뉴스) 쿠바
두 나라는 18개월간의 비밀 협상을 통해 각각 두 나라에 수감됐던 스파이들을 석방하고, 미국이 쿠바에 일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합의안에 도달했다. 비밀 협상은 캐나다에서 주로 진행됐으며, 마지막 협상은 로마 교황청에서 이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관계정상화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안에 따라 쿠바는 2009년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수감했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65)와 20년간 복역한 또다른 미국 정보기관 요원을 석방했다. 그로스는 미국 국무부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하도급업체 직원으로 아바나에서 인터넷 장비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뒤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미국은 1998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현지 망명인사 등을 대상으로 간첩활동을 한 죄로 투옥된 쿠바인 3명을 석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재개설하고 양국 정부의 고위급 교류와 방문을 담당하도록 했다. 또 케리 국무장관에게 쿠바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함께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로 하여금 쿠바 여행 및 송금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가족방문이나 공무출장, 취재, 전문연구, 교육, 종교, 인도적 지원 등 미국 정부가 인정하는 12개 분야에서 출입국 허가증을 받은 미국인은 쿠바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기업과 민간 분야의 여행은 당분간 규제가 유지된다.

현재 연간 500달러로 제한된 기부성 송금한도도 2천 달러로 인상됐다. 쿠바 방문허가를 받은 미국인은 400달러 상당의 물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 담배와 주류는 모두 합쳐 100달러 이내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또 미국 기관들은 쿠바 금융기관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쿠바 국민들의 정보통신망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통신사업자들이 쿠바에서 상업용 정보통신 및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인프라와 시설을 갖추도록 허용했다.

이번 조처는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권한에 따른 것이며, 금수조처가 완전히 해제되려면 의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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