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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아베 방미 앞 ‘TPP 마무리’ 포석…‘과거사’ 기조 바꾸나

등록 2015-03-01 21:10수정 2015-03-01 23:14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한겨레 자료 사진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한겨레 자료 사진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 발언 파장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2월27일(현지시각) 발언은 몇년째 계속되는 한-일, 중-일 간 과거사 갈등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경고성 의미를 띤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셔먼 차관의 연설은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로 마련됐지만, 한·중·일 3국 정상의 워싱턴 방문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어서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월께,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중반께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셔먼 차관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중동 문제에 매달려 있고, 토니 블링컨 국무 부장관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동북아 문제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책임자라 할 수 있다.

셔먼 차관, 동북아문제 실질 책임자
‘한·중, 민족주의 이용’ 이례적 비판
일본엔 의례적 사과조차 주문 안해
전문가 “국외자 훈수, 대단히 실망”

‘중국 전승 70돌’ 정략적 이용 견제
한국엔 ‘일본과 정상회담’ 촉구성
TPP 양보 대가 ‘과거사 묵인’ 의심

이날 연설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동북아 과거사 문제를 다룬 비교적 긴 연설에서 미래를 위해 미국과 한·중·일이 힘을 합치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일본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의례적인 주문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로 가기 : 동북아 과거사 갈등에…미, 대놓고 ‘일본 편들기’) “스스로 만든 역사의 덫에 갇히는 국가의 교훈적인 이야기를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며 일본의 잘못을 간접적으로 지목하는 발언이 있긴 했으나, 별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과거사에 관한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통해 한·중·일이 화해와 치유에 나서야 한다는 기존의 정책 기조와 사뭇 다른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일본을 오랫동안 국제법의 주도적 후원자이자 국외 개발의 관대한 기여자였다고 치켜세웠다. 또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살해된 일본인 인질을 언급하면서 일본이 자위대의 적절한 역할에 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일본은 현대적 요구와 과거에서 어렵게 배운 교훈을 조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동아시아 정치 지도자들이 민족주의 감정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대목도 이례적이다. 한·중 지도자의 일본에 대한 과거사 문제 제기를 ‘도발’로 규정한 것은 논란을 살 수 있는 주장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이 대목에 대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한국까지 끌어들여 일본 비판에 나서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올해 9월3일 베이징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을 초청해 항일전쟁 승리와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 기념행사를 치를 예정인데, 이런 행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관료들이 한국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해온 점을 고려하면, 한국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시아의 대표적 동맹국인 한·일의 두 정상이 취임 두돌이 지나도록 정상회담조차 열지 못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미국의 이런 태도 변화에는 과거사 문제로 인해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 약화돼 대중국 견제 구도가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아베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가 아베 정권으로부터 가장 원하는 것은 티피피 협상에서 농산물 부문의 양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티피피는 아시아와 미주 12개 나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과제로 꼽힌다. 외교가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티피피에서 일부 양보를 하면 미국이 과거사 문제를 묵인해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한·중에서 반미 감정이 발생하는 등 미국으로선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외교부 동북아국장 출신인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셔먼 차관의 발언이 미국 정부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우리로서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미국도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얘기해야지, 제3자 입장에서 훈수하듯 양비론적으로 얘기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더욱이 일본의 역사 인식이라는 국제 정치의 문제에서, 동북아 지역의 전후 질서를 주도한 미국은 국외자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김외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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