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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의회 동원 ‘이란 핵협상’ 무력화 시도…이스라엘 로비단체 힘 과시

등록 2015-03-02 20:34수정 2015-03-02 21:09

“에이팩 반대”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이팩)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 현관 앞에서 1일 반전단체 ‘코드핑크’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면을 쓰고 ‘전범 네타냐후!’ 등의 현수막을 들고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에이팩 반대”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이팩)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 현관 앞에서 1일 반전단체 ‘코드핑크’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면을 쓰고 ‘전범 네타냐후!’ 등의 현수막을 들고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미-이스라엘공공정책위’ 총회 개막
미 의회에 “협상안 재검토” 촉구
유대인 조직·자금력 뒷배경
백악관도 영향력 무시하기 어려워
네타냐후, 미 의회 연설도 논란
1일 미국 수도 워싱턴 시내는 ‘키파’(유대인 모자)를 쓴 유대인들이 사실상 ‘점령’하다시피 했다. 미국 내 최대 로비단체로 꼽히는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이팩) 연차총회가 이날부터 3일간 열리기 때문이다. 에이팩 쪽은 “지난해보다 2000여명이 늘어나 1만6000여명이 참석했다”며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1951년 설립된 에이팩은 매년 봄 워싱턴에서 연차총회를 열어 세를 과시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참전이 조금이라도 빨랐으면 유대인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리라는 반성에서 출발한 이 단체는 공식적으로는 미국-이스라엘 동맹 강화를 모토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스라엘의 국익을 추구한다.

올해 연차총회의 화두는 단연 이란 핵 협상이었다. 에이팩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P5+1’(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이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약 10년간 동결시키는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려는 협상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란의 잠재력 핵 능력을 용인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단체의 하워드 코어 사무총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상당히 도발적인 구상을 밝혔다. 이달 말까지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 의회가 추가 제재를 단행하고, 협상이 타결되더라고 미 의회가 승인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회가 핵심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며 “의회가 이 협상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의회를 동원해 합의안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미다. 이런 구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거부한 것이지만, 이 단체는 제 갈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에이팩의 이런 방침은 사실 백악관으로서도 무시하기가 어렵다. 2012년 단행된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도 백악관이 반대했지만, 에이팩이 의회에 대대적인 로비를 벌여 결국 시행된 바 있다. 미 상·하원 의원들은 유대인들의 조직력과 자금력을 뒷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단체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미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은 이 단체의 연례총회에 대부분 참석한다. 행정부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조 바이든 부통령이 2013년,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난해 참석했다. 올해는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크지만, 그래도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서맨사 파워 유엔대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의회에선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공화)와 케빈 맥카시 하원 원내대표(공화), 스탠리 호이어 하원 원내부대표(민주) 등이 참석한다.

특히, 올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미-이스라엘 간에 긴장이 높아져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일 오전 에이팩에서 연설을 한 뒤, 3일 의회 연설을 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백악관과 사전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초청을 받아 연설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지 않겠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했다. 다만, 케리 장관은 1일 “네타냐후 총리의 의회 연설을 환영한다”고 말해 긴장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네타냐후 총리의 무리한 미 의회 연설 추진은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스라엘 총선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와는 더이상 ‘이란 핵’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의회를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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