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도 참여 나서자
“한·일 등과 가입 공동원칙 수립을”
“한·일 등과 가입 공동원칙 수립을”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가입에 반대해 온 미국이 당혹스런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내 유력 싱크탱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외부에서 중국을 비판할 게 아니라 아예 이 은행에 가입해서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이 은행(AIIB)의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내부 비판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국 참여론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이 시점에서 체면을 유지하면서 가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시아 지역 개발에서 이 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융자 역량을 인정하고, 한국·오스트레일리아·일본과 함께 이 은행 가입을 위한 공동 원칙을 빨리 수립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이 은행 가입 문제와 관련해 이전처럼 다른 나라들을 계속 압박하거나 혹은 아예 이 문제에서 손을 떼는 방안이 있지만, 전자는 미국이 이길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대외경제 정책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명예소장이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 은행이 투명성이나 구매, 부패방지 등에 관한 기준에서 후퇴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는 정당하지만, 이 은행에 가입해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밖에서 투덜대는 것이 더 효과적이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게 개발과 다른 글로벌 목표들을 지원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할 것을 촉구해왔다”며 “그러면서 이 은행을 막으려 하는 것은 단견이고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국제질서전략프로젝트 국장은 “이 은행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은 혼란스럽고 모순적”이라며 “미국은 방해 운동을 넘어서 중국의 경쟁적 경제외교를 다룰 더 나은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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