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가해국이 ‘원조국’ 행세
아베 ‘과거사 희석’ 전략인듯
아베 ‘과거사 희석’ 전략인듯
일본 정부가 전후 개발원조를 통해 아시아 경제성장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홍보 동영상을 주미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최근 게재한 ‘전후 시대의 국가건설: 믿을 만한 파트너로서 일본’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일본은 전후 일본 경제를 재건하고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창출을 시작했다”며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결로 국제사회에 복귀했으며 54년부터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경제 지원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동영상은 이어 “한국의 포항제철부터 중국의 베이징~친황다오 철도 연장 및 친황다오 항만, 스리랑카 콜롬보 부두 등에 이르기까지 일본이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많은 나라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했다”며 “이는 아시아 경제성장의 토대를 닦았다”고 주장했다. 동영상에는 한국의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사진과 소양강댐 건설 사진 등도 등장하며, 미얀마·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캄보디아·타이 등 아시아 대부분 나라의 인프라 건설이 언급됐다.
이 동영상은 2분 분량으로, 후반부는 일본의 평화유지활동과 아프가니스탄 재건 활동 등을 소개하는 장면으로 구성됐다. 일본 외무성이 지난 2월5일 제작했으며, 홈페이지 사진을 클릭하면 바로 유튜브 동영상으로 연결된다.
어느 국가나 자국의 업적을 외국에 적극 홍보하기 마련이지만, 이 동영상은 전후 아시아 경제성장이 일본의 개발원조 덕분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1968년 포항제철 설립의 경우 대일 청구권 자금의 일부가 전용된 사실을 도외시한 채, 가해국인 일본이 스스로 ‘원조국’ 행세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 동영상은 전후 자신들의 업적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과거사 논란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아베 신조 정부의 홍보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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