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보좌관 “‘인신매매’ 표현 처음 쓴 것”
다음달 미국 상·하원 연설 고려한 듯
‘일본 책임’은 비켜가 기존 태도 반복
다음달 미국 상·하원 연설 고려한 듯
‘일본 책임’은 비켜가 기존 태도 반복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밝혀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워싱턴포스트> 칼럼리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신매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아베 총리의 보좌관이 의미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역사상 많은 전쟁이 벌어졌으며, 거기서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됐다”며 “21세기는 인권 침해가 없는 첫 세기가 되길 희망하며 일본은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아베 내각은 1995년 2차대전 종전 50주년 때의 무라야마 담화와 2005년 종전 60주년 때의 고이즈미 담화 등 전임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베 내각은 1993년 고노담화를 재검증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인들은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며 “역사가 논쟁이 될 때 그것은 역사학자와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신매매’란 표현을 쓴 배경이나 의도를 이 인터뷰 내용만으로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인신매매라는 표현 속에는 강제성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이 보좌관의 설명대로라면 아베 총리가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강제성에 대해 얼버무리거나 부인해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인신매매의 주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의 모집 단계에서부터 일본군이 직접 개입했다는 점을 일본 정부가 인정하고 사죄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아베 정부는 지금까지 이를 거부해왔다. 일본은 1993년 고노담화에서는 위안소의 설치와 관리 등에 일본군이 관여했으며, 위안부의 모집과 이송 등도 대체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뤄졌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진행된 고노담화 검증에서는 강제연행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고노담화를 무효화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히려 아베 총리는 이 인터뷰에서 역사상 많은 전쟁이 벌어졌고, 거기서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됐다고 언급해, 위안부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기존의 태도를 반복했다. 다른 나라들도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데 왜 일본만 비난을 받아야 하느냐는 항변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의회는 다음달 29일 상·하원 합동연설에 아베 총리를 초청하면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태도를 밝혀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내용으로 볼 때 아베 총리가 우리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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