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공화당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68·민주) 전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각) 2016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미국 대선전의 서막이 올랐다.
클린턴 전 장관은 선거캠페인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2분18초짜리 동영상에서 “대통령 후보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2008년 대선에 이어 두 번째 대선 도전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날 2016년 대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내놓은 짧은 동영상은 구체적이진 않지만 그의 선거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동영상은 보통사람들의 일상과 도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이 탄생을 앞둔 흑인 부부, 첫 사업을 시작하는 중남미계 형제, 대학 졸업 뒤 첫 직장을 구하는 아시아계 여성, 결혼을 앞둔 동성애자, 은퇴를 준비하는 백인 여성 등이 그들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많이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은 1분30초가 지나서야 등장해 “나 또한 뭔가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말했다.
이는 2008년 대선 출마 때의 동영상과 확연히 대조를 보인다. 그는 2007년 1월에도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출사표를 던졌는데, 당시에는 1분44초 내내 혼자 나와 얘기를 했다. 당시에는 실내 소파에 앉은 다소 거만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이었으나, 이번에는 중산층의 가정집으로 보이는 현관을 배경으로 선 채 겸손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계층들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의 기반이 됐던 이른바 ‘민주당 연합’을 보여준다. 흑인 등 소수파와 젊은이, 여성이 그들이다. 미국의 인구구조상 이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올 경우 클린턴 전 장관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는 이들을 무대 전면에 등장시켜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여전히 상황은 상위계층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며 그것을 바꾸는 “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한 발언이다. 소수 상위계층과 대다수 미국인들 간의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타개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미다. 이런 언급은 민주당 내 진보파를 다분히 의식한 측면이 있다. 또 2008년 선거 때 이렇다 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 초반 대세론을 지키지 못한 실수에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미 민주당 내 예비경선에서는 승리를 따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인 진보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이고, 조 바이든 부통령은 지지율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중반부터 본격화될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본선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지지도에서 공화당 예비후보들을 크게 앞서고 있으나, 공화당의 공식 후보 지명자와 양자 대결을 시작하면 박빙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2차대전 이후 미국 대선에서 한 정당이 세 차례 연속 백악관을 차지한 경우는 단 한차례뿐이다.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전임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연임)의 높은 인기 덕을 톡톡히 보면서 공화당이 3연속 집권한 게 유일하다. 그러나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한 것에서 보듯이, 오바마 대통령의 낮은 인기는 클린턴 전 장관에겐 부담이 되는 요소다.
물론 지난해 말부터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 상황이 내년 대선 때까지 지속되면 클린턴 전 장관에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다 압도적인 인지도와 풍부한 관록이 강점인 클린턴 전 장관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다시 한번 ‘민주당 연합’을 고무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백악관 주인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앞으로 1년 반 넘게 남은 대선일까지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만 해도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고 클린턴재단에서 외국인의 자금 기부를 받은 점이 논란이 되면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바 있다.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감도는 국무장관 시절 60%대에서 지금은 40%대 중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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