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치 하루만에 전격 결정
6명에 2급 살인죄·과실치사 등 적용
이례적 결정에 미국 사회 놀라
경찰 “터무니없다” 강력 반발
배심원단 경찰력에 관대한 경향
유죄평결로 이어질지는 의문
6명에 2급 살인죄·과실치사 등 적용
이례적 결정에 미국 사회 놀라
경찰 “터무니없다” 강력 반발
배심원단 경찰력에 관대한 경향
유죄평결로 이어질지는 의문
선출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 여성 검사장이 미국 볼티모어 흑인 청년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경찰관 6명을 전격 기소하면서 전국적인 스타로 등장했다.
흑인인 메릴린 모스비(35) 검사장은 1일(현지시각) 볼티모어 전쟁기념관 앞에서 단호한 표정으로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2급 살인과 과실치사, 위협 등 혐의로 경찰들을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체포 과정에서 흑인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들에게 관대했던 관행에 비춰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미국 사회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이번 발표는 검시관의 보고서가 제출된 직후, 그리고 경찰의 사건 송치 하룻만에 이뤄진 것이다.
기소된 경찰 중 3명은 백인, 3명은 흑인이다. 특히, 혐의가 가장 무거운 2급 살인죄는 당시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를 경찰서로 이송하던 밴 차량을 운전했던 시저 굿슨이라는 흑인 경찰한테 적용됐다.
모스비 검사장은 당시 경찰이 그레이를 체포한 것은 불법이었으며, 체포 과정에서 척추 손상을 입은 그레이가 고통을 호소했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레이는 때때로 허리 뒤로 수갑이 채워진 채 금속으로 된 차량 바닥에 엎드려야 했다. 특히, 차량을 몇 차례 세웠으면서도 그레이의 안전벨트를 채우지 않았다고 모스비 검사장은 지적했다.
모스비 검사장은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백인인 현직 검사장과 겨뤄 볼티모어시의 범죄 기소를 총책임지는 자리에 선출됐으며, 올해 1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미국 주요 도시를 책임지는 검사장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그는 14살 때 세 살 위인 사촌이 집 앞에서 마약상으로 오인돼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보면서 법조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모스비는 당시 선거에서 주민들에 대한 과도한 경찰력 행사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고 전했다.
이번 기소 결정에 대해 경찰 쪽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볼티모어 경찰공제조합 쪽은 “터무니없게도 빠르게 내린 결정”이라며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경찰노조 위원장인 진 라이언은 그레이의 변호인이 지난 선거에서 모스비의 선거운동을 해줬다면서 정치적인 배경이 작용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모스비 검사장은 신속하게 대담한 결정을 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이끌어 내는 데는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2급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 또는 중상해를 입힐 의사가 있었거나,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찰력의 과도한 행사와 관련한 사건에서 배심원들은 무죄나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데 그쳐왔다.
볼티모어에서는 주말에 수천명의 시민들이 시청 앞으로 몰려나와 이번 기소 결정을 축하하는 등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통행금지령을 유지했다.
한편, 볼티모어 시내에서 재미동포들이 운영하는 식품점, 주류점, 미용실 등 가게 가운데 100곳 이상이 주민 폭동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메릴랜드한인회 쪽은 밝혔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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