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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정보기관 CIA의 제지불능 ‘살인작전’

등록 2015-05-20 19:55수정 2015-05-20 21:08

9·11테러, ‘살인 사업’ 복귀 계기
11년간 파키스탄서 민간인 960명 살인
대통령들도 외교 도구로 사용
아무도 제지할 수 없는 구조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스파이 기구인가 전쟁 기구인가?

미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최신호에 실린 ‘임무: 제지 불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앙정보국이 스파이 기구의 본래 임무를 넘어 테러 용의자들을 직접 제거하고 인간 사냥에 정신이 사로잡힌 전쟁 기구로 변했지만, 아무도 이들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중앙정보국이 직접 인명 살상에 나선 이정표로 2002년 가을 예멘에서 중앙정보국의 무인기(드론)가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알카에다 야전사령관 카에드 살림 시난 하레티를 살해한 일을 꼽았다. 이 사건은 중앙정보국이 무인기를 이용해 테러 용의자를 직접 살해한 것이 확인된 첫 사례다.

중앙정보국은 1947년 창설 이래 목표 인물을 직접 제거하는 조직으로 진화해 왔지만, 1975년 민주당 상원의원 프랭크 처치가 중앙정보국이 외국 지도자 암살 음모를 꾸며왔다고 폭로하면서 한차례 제동이 걸렸다. 다음해인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중앙정보국의 암살 개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는 중앙정보국이 ‘살인 사업’에 복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포린 폴리시>는 지적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앙정보국이 무인기를 이용해 테러 용의자 등을 추적하고 살해하는 일을 승인했다. 중앙정보국은 무인기를 이용하면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최고 지도자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중앙정보국의 주장과는 달리 런던에 본부를 둔 탐사보도협회(BOIJ)는 중앙정보국 무인기가 2004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파키스탄에서만 민간인 960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도 207명 포함됐다고 협회는 밝혔다.

<포린 폴리시>는 중앙정보국이 2004년에는 민간인 살상으로 악명 높던 용병업체 블랙워터를 고용해 암살의 세계에 더욱 발을 깊게 디딘 사례도 들었다. 리언 파네타 전 중앙정보국 국장은 블랙워터를 고용해 누구를 죽인 적은 없다고 부인했으나, 의회에서는 중앙정보국이 정부 감시를 덜 받고 암살을 하기 위해 용병을 고용했다며 분노했다.

이 잡지는 중앙정보국이 대통령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중앙정보국을 제지할 수 없다고 짚었다. 국내 문제에 관심이 쏠려있던 대통령들도 당선되고 보면 외교관계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고, 중앙정보국을 외교의 주요 도구로 쓰는 점도 큰 몫을 한다고 분석했다.

국장을 포함한 중앙정보국 고위직들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들로 워싱턴 정가 정치인들과 학연으로 얽혀있는 점도 중앙정보국에 유리한 점이다.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전 상원정보위원장은 올해 초 중앙정보국의 고문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공화당에 장악된 상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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