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14년만에…사생활 보호 강화
미국 상원은 2일 국가안보국(NSA)의 미국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 통화내역 수집을 대폭 제한하는 ‘미국 자유법’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이날 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함에 따라 즉시 발효됐다. 이 법은 9·11 테러 직후 통과한 미국 애국법 215조가 지난달 시효 만료됨에 따라 이를 대체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국가안보국의 권한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 법은 9·11 테러가 강력한 국가안보기구 건설 시대의 도래를 알린 이후 거의 14년 만에 문화적 전환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법은 국가안보국 계약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2013년 이 기관의 무차별적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이후 첫번째 법제 정비”라고 평했다.
이 법안이 공화당 보수강경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회를 통과한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 자유주의파의 이례적인 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이 국가안보국의 기능 위축을 초래해 국가안보를 해칠 것이라면서 이 기관의 기존 권한을 연장하는 안을 끝까지 고수했다. 이에 따라 애국법 215조의 시효 만료일을 지나서까지 새 법을 만들지 못해 이틀간 감시 기능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화당 자유주의파인 랜드 폴 상원의원 등의 반발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표결 결과는 찬성 67표 대 반대 32표였다. 이런 결과는 스노든의 폭로 이후 미국에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의 제임스 랭크포드 상원의원은 “국가안보와 사생활은 상호 배타적이 아니다”라며 “두 가지 목표는 책임있는 정보 수집과 미국인들의 자유에 대한 신중한 존중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한 뒤 “이 법의 시행은 시민자유의 보호장치를 강화하고 이 프로그램들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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