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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남부연합기’ 흔들며 백인 우월주의 ‘선언문’

등록 2015-06-21 20:28

미국 사우스캐롤리아나주 찰스턴 흑인교회에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한 딜란 루프가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사이트 ‘라스트 로디지안’에 루프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의 깃발과 권총을 들고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인터넷 갈무리/AFP 연합뉴스
미국 사우스캐롤리아나주 찰스턴 흑인교회에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한 딜란 루프가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사이트 ‘라스트 로디지안’에 루프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의 깃발과 권총을 들고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인터넷 갈무리/AFP 연합뉴스
‘흑인교회 총기난사 청년’ 누리집 보니
미국 사우스캐롤리아나주 찰스턴 흑인교회의 총기난사범인 딜란 루프(21)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백인 우월주의 ‘선언문’이 한 웹사이트에서 발견됐다.

‘마지막 로디지아인’이라는 제목으로 2400여 단어 분량인 이 문서는 루프의 이름으로 작성됐으며, 총격이 벌어지기 불과 몇시간 전에 마지막으로 수정됐다고 미국 수사당국은 밝혔다. ‘로디지아’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일부 지역에서 소수 백인들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때 사용했던 국가명으로, 이들은 당시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용병으로 사용했다.

이 문서는 주로 흑인을 비하하고, 백인들이 겁을 먹고 싸우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찰스턴은 역사적 도시이고, 한때 우리나라에서 백인 대 흑인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이어서 여기를 선택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스킨헤드족이나 케이케이케이(KKK) 단원이 없고 누구도 인터넷에서 얘기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누군가는 이것을 현실로 옮길 용기를 가져야 하고, 그게 바로 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루프가 이 문서의 작성자인지 아직 확인 중이지만, 그의 친구 제이콥 미크의 증언과 여러 정황상 그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흑인 비하하며 ‘총격 계획’ 담아
“현실로 옮길 용기…그게 바로 나
찰스턴은 역사적 도시라서 선택”

백인 우월 상징 ‘남부연합기’ 놓고
미 공화당 대선주자들 열띤 논쟁
“주 의사당서 철거를” “주에서 결정”

이 문서에는 ‘트레이번 마틴 사건이 나를 일깨웠다’거나 ‘지머먼이 옳았다’는 등의 구절도 포함돼 있다. 친구 미크는 <뉴욕타임스>에 루프한테서 “마틴 사건으로 인종 차별적 감정을 갖기 시작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다. 자경단원으로 일하던 조지 지머먼은 2012년 2월 플로리다주에서 당시 흑인 청년 트레이번 마틴과 다투던 중 마틴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한 인물이다.

이 문서에는 또 “니그로(흑인을 차별하는 단어)는 아이큐가 낮고 충동 억제를 잘 못한다”는 글귀는 물론이고, 유대인과 히스패닉(중남미계)도 적이라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동아시아인들에 대해선 “인종차별적이어서 백인과 동맹이 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 웹사이트에는 또 그가 성조기를 불태우고 남부연합기를 흔들거나, 권총을 든 모습 등 60여장의 사진들도 발견됐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 소유를 인정한 남부연합의 공식 깃발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루프는 특정한 백인 우월주의 단체에 소속되지는 않은 ‘외로운 늑대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사당에 지금도 내걸려 있는 남부연합기의 철거 여부를 두고 공화당 지도층에서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는 20일 트위터에 “남부연합기를 끌어내려라. 이것은 인종 증오의 상징이다”라는 글을 띄워 논쟁을 지폈다. 공화당 지도층 인사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어 2016년 대선 후보 중 한명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페이스북에 “플로리다주에선 남부연합기를 박물관을 옮겼다”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다른 대선 후보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것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조상들의 희생과 자신들의 주의 전통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견해에 대해,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오바마 대통령은 남부연합기가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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