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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가격 경쟁력 찾아…’ 중국 공장들 미국행

등록 2015-08-03 20:17

크얼그룹, 방적공장 랭커스터에 세워
미 임금, 중국보다 2배 정도 높지만
값싼 원자재·정부 보조금 고려하면
미·중 제조업 비용 차이 거의 안나
TPP도 미국에 거점 마련 재촉 한몫
노동집약적인 저임금 산업의 대명사로 통하던 중국의 방적공장들이 미국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지난 수십년 동안 값싼 노동력을 쫓아 중국으로 달려갔던 것과 견줘보면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2일 중국의 크얼그룹이 지난 4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인디언랜드에 방적공장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크얼그룹은 내년에 제2공장을 미국에 지을 예정이며, 인디언랜드가 소속된 랭커스터 카운티에선 적어도 2개 이상의 대만과 중국 방적기업들이 공장 설립을 위해 협상 중이다. 신문은 첨단과 저비용으로 분명히 나눠져 있던 국가간 분업 경계가 흐릿해지는 현상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이라며 “10년 전만 해도 이를 예측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방적공장은 이미 수지가 맞지 않는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임금과 에너지 가격, 물류비용 등이 워낙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에서 제조업 비용은 점점 더 경쟁력을 얻고 있다. 인디언랜드가 소속된 랭커스터 카운티의 경우만 해도, 임금은 낮더라도 일자리를 간절히 원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방적기업 가운데 하나였던 ‘스프링스 인더스트리즈’가 2007년 문을 닫고 이후 금융위기까지 닥치면서 랭커스터의 실업률은 18.6%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값싸고 풍부한 공장 부지와 에너지, 면화산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상당한 보조금 지원까지 제공한다. 카운티뿐 아니라 주 정부 및 연방정부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보조금과 세금우대 정책을 주겠다며 크얼그룹 유치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방적공장들이 ‘3디(D)’ 업종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도로 자동화된 측면도 미국 진출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다.

중국을 배제한 채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도 중국 방적회사들이 미국에 거점을 마련하도록 재촉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미국은 현재 티피피 역내 국가에서 생산된 원사로 의류를 제작하는 경우에만 관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중국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분석을 보면, 생산성을 반영해 조정한 중국의 제조업 임금은 2004년 시간당 4.35달러였지만 지난해는 12.47달러에 이르렀다. 10년 사이에 거의 3배로 오른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같은 기준으로 30% 정도만 올라, 시간당 임금이 22.32달러 정도였다.

물론,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중국에 비해 여전히 두 배가량 높지만, 낮은 천연가스 가격과 값싼 면화 등 원자재 가격, 지방 정부의 세금우대 등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비용은 1대 0.96으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사우스·노스 캐롤라이나 주에만 크얼그룹을 포함해 적어도 20개의 중국 제조업체들이 들어 서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해럴드 서킨 선임파트너는 “중국이 항상 미국보다 더 쌀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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