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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휴가는 언감생심, 암환자에 낮은 고과…아마존 성장 비결은 ‘쥐어짜기’

등록 2015-08-17 20:43수정 2015-08-18 08:30

자정 넘어서 메일 보내고 답장 채근
사내 전화번호부엔 동료 고자질 예시
적자생존만 통하는 살벌한 기업문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
미국 최대의 소매 유통업체인 아마존닷컴(아마존)에서 2년 가까이 근무했던 보 올슨에겐 직원들이 우는 장면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아마존에선 회의 자리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물어뜯도록’ 독려한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거의 모든 직원들은 얼굴을 가리고 책상에 앉아 울었다. 아마존의 ‘살벌하고 공격적인’ 기업 문화가 직원들을 얼마나 심리적으로 압박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뉴욕 타임스>는 초고속 성장과 혁신적 사업 방식이라는 갈채 속에 가려져 있던 아마존의 비인간적인 무한경쟁 문화를 16일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아마존 직원들은 장시간 노동과 야근에 시달린다. 자정이 넘어서 전자우편이 도착하고, 회신이 없으면 왜 답장을 하지 않는지 채근하는 문자메시지가 곧이어 도착한다. 일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아마존 직원들에게 휴가는 빛 좋은 개살구다. 아마존 직원과 결혼을 앞둔 약혼자는, 플로리다 주로 휴가를 갔는데도 결혼 상대자가 매일 스타벅스에 앉아 무선인터넷으로 일을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아마존의 내부 전화번호부는 상사에게 비밀스러운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는 종종 다른 동료들을 흠집내고 훼방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실제 안내 책자에는 “동료가 사소한 일로 공개적으로 불평하고, 융통성도 없어 걱정이다”라는 예시문이 적혀 있다.

암이나 불임, 다른 개인적인 위기상황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직원들은 회복할 시간을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되레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자리에서 밀려난다. 갑상선 암에 걸렸던 한 직원은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뒤 낮은 인사등급을 받았다. 그녀가 없는 동안 동료가 큰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게 이유였다. 쌍둥이를 임신했다가 유산한 직원은 다음날 출장을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런 쥐어짜는 기업 문화 때문에 신입사원 가운데 몇년 뒤에도 아마존에 남아있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회사의 ‘승자’들은 2억5000만명의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무언가를 제공하고 그 보상으로 주가 상승에 따른 재산을 축적한다. 하지만 ‘패자’들은 떠나거나 아니면 연례평가를 통해 해고된다. 인사부장 출신의 전직 직원은 적자생존만이 통하는 “다윈주의”라고 잘라 말했다.

1994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가 창립한 아마존은 올해 2분기에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올리면서 기업 시장가치에서 월마트를 앞질러 세계 최대의 소매 유통업체가 됐다. 베조스는 <포천>이 선정한 세계 5번째 부자다.

그러나 그동안 내부 경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상당부분 비밀에 가려져 있었다. <뉴욕 타임스>는 아마존이 드론(무인기) 배달 등 혁신적 사업을 실험하고 있지만, “화이트칼라 직원들을 얼마나 혹사시킬 수 있는지도 실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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