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치열한 중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다지기에 나섰다.
라이스 장관은 11일 키르기스스탄에 도착해 쿠르만벡 바키예프 키르기스 대통령과 만나는 등 사흘간의 중앙아 순방을 시작했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 4개국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9·11 동시테러 이후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었다가 최근 자국내 미군기지 철수를 요구하는 등 관계가 껄끄러워진 우즈베키스탄은 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라이스 장관은 우즈베크 기지 철수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른 전략 거점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의 이번 방문은 미군 주둔 등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중앙아 국가들의 지지를 확실히 하는 것 외에 이 지역의 풍부한 에너지 확보와 경제개혁,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방문국들의 “민주주의”와 “공정 선거 실시”를 주요 과제로 강조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12월 대선을 치를 예정인 카자흐에선 정부가 야당과 언론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타지키스탄에서도 최근 유력 야당지도자가 징역 23년형을 선고 받는 등 야당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민주주의”를 강하게 밀어부치기 보다는 해당국들을 적당히 압박하는 지렛대로 사용하돼 점진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미국은 옛 소련땅이었던 이 지역 국가들에서 러시아,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이 지역 정부들이 러시아와 중국쪽으로 돌아설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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