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단 한사람만 제외하고 수십명의 직원과 지지자들은 그를 칭찬하거나 아부하는 데 바빴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2일 국무부가 공개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그에게 ‘노’(아니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셰릴 밀스(50)뿐이라고 보도했다. 밀스는 스탠퍼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근무를 시작으로 르윈스키 스캔들의 변호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클린턴 전 장관과 밀스가 주고받은 이메일은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라기보다는 대등한 친구나 자매 사이의 대화처럼 보였다. 밀스는 클린턴 전 장관의 질문에 대해 시간이 없어 타이핑을 다 못치겠다는 듯 ‘예스’(yes) 대신 ‘y’로 간단하게 답장을 보냈다. 이메일 끝에는 엑스오(XO·kiss and hug·포옹과 키스)로 서명하기도 했다. 그가 2009년 보낸 이메일에선 클린턴 전 장관의 춤 실력을 언급하며, 노래 제목이기도 한 “꼬리 깃털을 흔드세요, 걸(girl)”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칭찬도 클린턴 전 장관이 밀스에게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주말에는 물리치료를 받거나 수영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라 전화나 이메일을 바로 받지 못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심지어 클린턴 전 장관에게 브리핑을 해야 할 밀스가, 거꾸로 토론할 내용을 나중에 상기시켜 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클린턴 전 장관과 밀스의 허물없는 관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 위기까지 몰렸을 때 핵심 변호사로 활동했고, 그 뒤로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밀스는 클린턴 전 장관의 이번 대선 출마를 반대하며 캠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 대응이 서툴렀던 것은 ‘노’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는데, 이를 밀스의 공백과 연관짓기도 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