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역…법 위반 아니지만
오바마 알래스카 방문중이고
중국 ‘군사 굴기’ 시점 맞물려
‘대양해군’ 과시·북극해 관심 등
중국 의도 놓고 여러 의견 나와
오바마 알래스카 방문중이고
중국 ‘군사 굴기’ 시점 맞물려
‘대양해군’ 과시·북극해 관심 등
중국 의도 놓고 여러 의견 나와
중국 해군 함정 5척이 알래스카 앞바다인 베링해에서 처음으로 작전활동을 벌이고 있어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교롭게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알래스카를 방문하고 있는데다, 중국이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미국이 베링해에서 인민해방군을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국 해군 함정의 출현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들은 이들 함정들을 추적하고 있다며, 수상전투함 3척, 수륙 양용 상륙함 1척, 보급함 1척 등 모두 5척으로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 함정들이 활동하는 곳은 국제수역으로, 항행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다. 따라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중국 함정들이 특별히 위협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징후도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 군함들로부터 어떠한 종류의 위협이나 위협적인 행동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군함의 베링해 출현에 대해 미 당국자들은 상당히 당황하고 있으며, 중국의 의도를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우선, 중국이 대양으로까지 진출할 수 있는 해군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헤리티지 재단의 중국 전문가인 딘 청은 “중국의 군사력이 증강됐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연안 방어에 치중했던 전략에서 벗어나 원거리 작전까지 가능한 ‘대양 해군’을 키우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군사력 과시나 위협 목적은 아니어도, 최소한 북극해 지역에 대한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중국은 2013년 북극이사회의 영구참관국이 된 뒤 북극의 막대한 자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중국은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생겨난 이른바 ‘북극해 항로’를 통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물류 뱃길을 개척하는 것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2012년에는 처음으로 ‘스노우 드래곤’이라는 쇄빙선으로 북극해 항로를 통과하기도 했다.
단순히, 지난달 20일부터 28일까지 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동해에서 연합훈련을 한 뒤, 중국 함정이 베링해 쪽으로 잠시 이동했을 수도 있다. 이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중국의 의도에 대해 과잉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니 글래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군함의 출현을 위협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그런 것에 익숙해지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해군은 앞으로 대양해군 전략으로 갈 것”이라며 “그런 전략에 대해 너무 놀랄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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