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신경외과 의사 출신의 보수적인 벤 카슨 후보가 아이오와 주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앞질렀다. 민주·공화 각당의 첫 경선이 치러지는 아이오와 주는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는 점에서, 공화당 경선 구도에 지각변동이 생겨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퀴니피액대학이 아이오와 주의 공화당 유권자 57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여 22일(현지시각) 발표한 결과를 보면, 카슨은 28%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를 얻은 트럼프보다 8%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흑인인 카슨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33살에 존스홉킨스대 병원의 소아 신경외과장이 됐으며, 세계 최초로 머리붙은 쌍둥이 수술에 성공하면서 유명해졌다. 막말을 몰고 다니는 트럼프와 달리 점잖고 부드러운 언변을 구사하지만 동성애, 총기 규제, 세금 등 거의 모든 현안에서 아주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벵가지 사건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는 공화당의 집중 추궁이 예상돼 관심을 모았지만, 공화당이 ‘한방’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싱겁게 끝났다. 2012년 9월 무장 괴한들이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미국인 4명이 숨지면서, 당시 국무장관이던 클린턴의 대응 과정을 놓고 논란이 이어져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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