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실명으로 언급 말 것 지시
태평양사령관은 새달 2일 방중
중국언론 “미국의 정치쇼…평정을”
태평양사령관은 새달 2일 방중
중국언론 “미국의 정치쇼…평정을”
미국 해군 구축함이 27일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22㎞) 안으로 진입한 것과 관련해 백악관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안팎에 전달하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추가적인 긴장고조는 피하려는 ‘로키 전략’(낮은 수위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 태평양사령관은 새달 2일 중국을 방문한다.
<뉴욕 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구축함 라센호의 인공섬 주변 해역 진입을 승인했지만, 백악관이 이번 사건을 가능한 축소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백악관은 국방부 당국자들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공개 발표나 보도자료를 언론에 내지 않았다. 또 국방부 관료들은 ‘실명으로’ 이번 작전을 언급하지 말 것을 백악관으로부터 지시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28일 ‘작전’을 끝낸 뒤 몇시간만에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매타작’을 당해야 했다. 댄 설리번 상원의원(공화)이 “그게(근해 진입이) 사실이냐? 우리가 그렇게 했냐”고 카터 장관에 물었지만, 카터는 지침에 따라 “우리는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항해와 비행, 작전을 할 것이라고 말해왔으며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얼버무렸다.
설리번 의원과 카터 장관의 몇차례 공방이 이어진 뒤 이번에는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까지 나서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냐”고 추궁하자, 카터 장관은 “신문에서 읽은 게 정확하다”며 그제서야 시인했다. 또 구축함 라센호가 인공섬 12해리 안에 체류했던 시간은 한 시간이 채 안 된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도 28일 미 해군 함정의 남중국해 인공섬 진입에 관해 비판을 이어갔지만, 차분한 대응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중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의 군함 파견은 정치적인 쇼이자 아시아 동맹국을 달래려는 과시용”이라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해 평정을 유지하고 절대 화를 내지 않음으로써 미국의 교란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11월2일부터 5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 매체들은 “해리스 사령관은 남중국해 인공섬 진입 작전의 실제 지휘자다. 중국 방문시 남중국해 문제와 충돌 방지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성연철 특파원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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