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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저성장·고물가에 돌아선 표심…아르헨, 12년만에 우파 집권

등록 2015-11-23 19:57수정 2015-11-23 21:07

아르헨티나 대선 마크리 승리
22일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보수 야당 ‘공화주의제안당’(PRO)의 후보 마우리시오 마크리(앞줄 왼쪽)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내 훌리아나 아와다, 딸 안토니아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
22일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보수 야당 ‘공화주의제안당’(PRO)의 후보 마우리시오 마크리(앞줄 왼쪽)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내 훌리아나 아와다, 딸 안토니아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
22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우파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아르헨티나에서 12년에 걸친 좌파 페론주의 정권이 물러나면서, 2000년대 이후 남미를 풍미했던 좌파 정권 블록이 퇴조하는 신호가 될지 주목된다.

개표가 99% 진행된 가운데, 야당인 ‘공화주의제안당’(PRO)의 후보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56)가 51.4%의 득표율로 승리를 확정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집권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의 후보인 다니엘 시올리(58)는 48.5%에 그쳐,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대선 사상 첫 결선투표서 역전
마크리 “놀라운 변화의 시대 될 것”
자유시장 원칙 내세워 표심 공략
12년 정권 좌파 ‘페론주의’ 침몰
남미 ‘좌파 블록’ 퇴조 신호탄 주목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1차 투표에서는 마크리는 34.5%를 얻어, 36.75%의 시올리 후보에 뒤진 채 결선투표에 진출했으나, 한달 만에 역전승을 일궈냈다. 당초 이번 선거에서는 시올리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마크리의 선전으로 아르헨티나 대선 사상 최초로 결선투표까지 진행되면서, 투표 2~3주를 앞두고 여론의 반전이 일어났다.

마크리는 2012년부터 다시 침체에 빠지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를 바꿀 변화의 후보로 자신을 포장하며, 최근의 인플레, 저성장, 범죄 증가에 지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었다. 특히, 그는 수도권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전체 유권자 3700만명의 35%가 산다.

아르헨티나 최상위 부유층 가문 출신인 마크리는 최고 인기 축구클럽 보카 주니어스의 구단주로서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다. 2007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에 당선된 뒤 우파 정당을 결성해 이번 대선에 도전했다.

마크리의 당선으로 2002년 국가부도 사태 이후 12년 동안 집권한 아르헨티나의 강력한 정치세력인 페론주의 정부가 물러나게 됐다. 페론주의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이 주창한 대중주의 정치운동으로 194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의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을 형성했다. 복지 확대와 국가의 역할 강화를 주축으로 하는 페론주의는 우파로부터 대중인기영합주의로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

아르헨티나는 1980~90년대 ‘워싱턴 컨센서스’라 불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했다가 경제가 망신창이가 됐다. 특히, 1990년대 카를로스 메넴 정부는 민영화, 사회복지 감축, 공무원 축소 등 자유방임주의적 경제 정책을 과도하게 추진하다가, 2002년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다. 이는 남미 등지에서 풍미하던 신자유주의 정책의 종언과 함께 좌파 정권의 잇단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아르헨티나에서는 2003년 주류 페론주의자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다른 남미 국가에서도 좌파 정권 탄생을 선도했다. 아르헨티나는 키르츠네르와 그의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가 대통령을 연임하면서, 경제를 회복시키는 성과를 냈다.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부채 감축을 이끌어내고, 중국 특수에 의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사회복지 확대 등으로 불평등과 빈곤을 축소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개가를 올렸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2008년 세계적인 경제위기 여파와 자본유출을 막으려는 과도한 환율 통제 등의 부작용으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졌다. 특히 물가는 현재 30%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명암이 엇갈린 12년의 페론주의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 마크리는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내세워, 수도권 등지의 중상류층 유권자를 공략했다. 이에 대해 집권여당 쪽은 마크리를 ‘야만적 자본주의’의 대표자라며 그의 당선이 아르헨티나를 파탄낸 신자유주의 정책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크리도 이를 의식해, 전임 키르치네르 정권의 사회복지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석유회사 국영화 유지, 빈곤층을 위한 현금 지원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 유지 등을 약속했다.

특히, 마크리는 집권여당 쪽에 유화적인 자세를 취해, 이번 결선투표를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비대결적인 선거로 이끌었다. 이는 의회의 다수인 집권여당과 국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페론주의 지지층의 협조를 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당선 확정 뒤 “역사적인 날이며, 놀라운 변화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며 “복수나 원한을 갚는 데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이달 말 총선을 앞두고 경제위기와 사회 긴장이 높아지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잇단 부패 스캔들 등으로 야권으로부터 탄핵소추 위협 등에 시달리는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정권의 향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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