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핀 말릭
테러 여성, 파키스탄·사우디서 성장
친척들 “대학생때 종교에 심취”
결혼한 뒤 남편따라 미국 입국
범행 당일 페북에 ‘IS 충성 맹세’도
친척들 “대학생때 종교에 심취”
결혼한 뒤 남편따라 미국 입국
범행 당일 페북에 ‘IS 충성 맹세’도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사건 범인 중 1명인 타슈핀 말릭(29)은 교육을 잘 받은 ‘모던 걸’(현대적 여성)이었으나 어느 순간 테러리스트로 변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말릭은 범행 당일인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하는 글을 올렸다. 이는 그가 테러 이전에 이미 상당히 과격 이슬람주의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언제 어떤 계기로 과격화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말릭은 파키스탄 출신으로 어렸을 때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했다. 아버지가 유산 상속 문제로 친척들과 다툰 뒤 파키스탄을 떠났으며, 이후 친척들과 연락을 끊었다. 말릭은 2007년 파키스탄으로 돌아와서 펀자브 지방 물탄 지역에 있는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말릭의 파키스탄 친척은 “말릭이 한때는 모던 걸이었으나 대학 때 종교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종교 활동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좋은 무슬림이 되는 법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미국에 간 뒤부터 페이스북에 과격한 메시지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엘에이 타임스>가 5일(현지시각) 전했다. 이 친척은 “밤에는 인터넷을 통해 누군가와 아랍어로 이야기했는데, 우리는 아랍어를 모르기 때문에 말릭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말릭의 친척들은 파키스탄 공용어인 우르두어와 펀자브 지역 방언을 사용한다.
말릭이 다녔던 대학의 교수인 니사르 후사인은 “말릭은 종교적이었지만 평범했다. 공부를 매우 열심히 했고 순종적인 학생이었다. 문제를 일으킨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언론에서는 말릭이 2007년 정부군과 과격 이슬람교도 사이 충돌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일명 ‘붉은 모스크’라고 불리는 랄 마스지드와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랄 마스지드 쪽은 말릭이 모스크에 온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말릭은 파키스탄계 미국인인 사이드 파루크와 결혼하면서 지난해 미국에 입국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말릭이 파루크와 2013년 사우디에서 하지 행사 때 만났다고 보도했다. <엘에이 타임스>는 둘이 무슬림 데이트 사이트에서 처음 만났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은 남편의 초청을 받은 말릭의 미국 입국을 허락했으며, 말릭은 결혼 뒤 조건부로 영주권도 받았다. 말릭은 결혼 뒤 부르카를 입어서 얼굴 전체를 가리고 다녔고 주변 사람들과 접촉도 거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수줍은 부인” 정도로 기억했다. 6개월 전에는 딸도 낳았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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