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입국 허가 받았는데
미국행 비행기 탑승 거부당해
항공비 1500만원도 반환 불가 통보
영국 “조사”…미국-영국 외교문제 비화조짐
미국행 비행기 탑승 거부당해
항공비 1500만원도 반환 불가 통보
영국 “조사”…미국-영국 외교문제 비화조짐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려던 영국 무슬림 가족이 이유도 듣지 못하고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해, 무슬림에 대한 미국의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총리실이 이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혀, 미-영 간 외교문제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가디언>은 22일 무슬림 가족 11명이 지난 15일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 출국장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직원들은 아무런 설명 없이 이 가족의 비행기 탑승을 막았다. 가족은 캘리포니아 남부에 사는 사촌 집을 방문하고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찾을 예정이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미국 당국의 입국 허가도 이미 받아놓은 상태였다.
형제 및 자녀·조카 9명과 함께 미국에 가려했던 무함마드 타리크 마흐무드는 미국 당국이 가족의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막은 이유가 “뻔하다”며 “그들은 모든 무슬림을 위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여행 날짜를 몇달 동안 손꼽아 기다렸다. 아이들이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항공비 1만3340달러(약 1563만원)는 돌려받을 수 없다고 통보받았으며, 면세점에서 산 면세품은 모두 반납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무슬림 가족의 사연은 스텔라 크리스 영국 노동당 의원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편지를 쓰면서 알려졌다. 크리스 의원은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막자”고 주장한 것을 들며, 또다른 피해 발생을 우려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이 무슬림 가족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브리스톨에 사는 영국 국적 이맘도 이 무슬림 가족 사건 이틀 뒤 미국 뉴욕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실이 미국의 무슬림 가족 입국 거부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무슬림 가족 사건에 대해 주영 미국 대사관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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