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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연방건물 4일째 점거농성 미 경찰, 직접적 대응 삼가…신중대응? 백인우대?

등록 2016-01-05 20:05수정 2016-01-05 21:06

신중한 대응인가, 백인에게만 관대한 것인가.

미국 오리건주에서 5일 야생동물보호구역 내의 건물을 나흘째 점거하고 연방정부에 대한 무장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한 백인 목장주들에 대해 미국 내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연방정부 쪽은 지방정부가 처리해야 할 문제라는 태도이나, 소셜미디어에서는 그들이 무슬림이나 흑인이었다면 벌써 총 맞아 죽었을 것이라는 비아냥이 넘치고 있다.

유혈사태 막으려는 계산 분석
SNS “흑인이면 벌써 죽었을 것”

오리건주 하니카운티의 번스 인근 멀루어 야생동물보호구역 내 건물을 점거 중인 자칭 ‘헌법적 자유를 위한 시민들’에 대해 경찰 등은 직접적 대응을 삼가고 있다. 이들은 인근 목장주 드와이트 해먼드 부자의 공유지에 대한 방화 혐의 유죄 판결에 항의하며 지난 2일부터 건물들을 점거하고 있다. 이들은 강제로 자신들을 해산하면 폭력으로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점거를 주도하는 애먼 번디는 <에이비시>(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의 권리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으려면 수정헌법 2조(총기 소지 권리)를 갖고 있어야 함을 잘 알기 때문”에 무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연방정부가 소유한 공유지의 관할권을 주민들에게 이양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관심을 두지 않는 “지방의 법 집행 문제”라고 일축했다. 1992년 아이다호의 루비 리지 사건이나, 93년 텍사스의 웨이코 사건 등 유혈사태로 끝난 반정부 민병대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는 연방정부의 계산이라는 분석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웨이코와 루비 리지 사건의 교훈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무장 충돌을 피하라는 것이라며, 상황이 봉쇄돼 있고 협상할 수 있다면 성급히 진압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극단주의 단체들을 추적 연구하는 남부빈곤법센터의 하이디 바이리크 소장은 정부가 “지난해 클라이븐 번디(애먼 번디의 아버지) 무장 농성 때 진압하지 않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1년 반이 지나도 그에 대한 처벌이 없자, 그들은 연방정부 관리들을 총으로 겨누는 범죄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들을 ‘너희들 모두는 알카에다’라는 뜻의 ‘유올카에다’(YallQaeda)라고 비꼬고 있다. “너희들의 계획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부를 타도하려고 외딴곳의 철새 도래지를 공격하는 것이라면, 너희는 모두 알카에다일 것이다”라고 빈정대는 메시지도 떠돌고 있다. 미국 변호사인 와자트 알리는 <가디언> 기고문에서 “오리건의 민병대들이 무슬림이거나 흑인이었다면, 그들은 아마 지금쯤 총 맞아 죽었을 것”이라며 당국이 그들을 방관하는 것은 차별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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