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가는 모든 화물 검색
광물수출 막아 ‘돈줄’ 죄고
로켓 연료·항공유 공급 중단
‘새로운 제재’ 많아 타격 클 듯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왕이 부장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동하는 장소를 깜짝 방문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5일(현지시각)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5개국 전체회의를 열고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대북제재 초안을 회람했다. 이날 공개된 초안을 보면, 이전의 결의보다 제재 수위가 상당히 높아졌지만 실제 이행과정에서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번 초안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연기와 강도 높은 안보리 대북 제재를 맞바꾼 미-중 강대국 간의 ‘이익균형’의 산물로 풀이된다.
주유엔 한국대표부의 설명과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초안에는 처음으로 특정 무역 분야에 대한 제재가 포함됐다. 우선, 북한의 석탄과 철, 철광석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고, 두번째로 북한의 금과 티타늄광, 바나듐광, 회토류에 대해서도 수출을 금지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로켓 연료를 포함한 항공유 공급도 금지했다.
그러나 광물 수출 금지의 경우 “민생 목적으로 북한의 핵이나 탄도미사일 활동을 위한 수입 창출과 관련 없는 경우”는 제외했다. 이는 대북 제재가 주민 생활에 위협을 줘서는 안 된다는 중국 쪽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광물 수출로 얻은 수익이 대량파괴무기 생산에 이용되는지 입증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 북-중 교역의 50% 안팎을 차지하는 광물 교역은 예상보다 타격을 덜 받을 수 있다.
또 이번 초안에는 유엔 회원국 영토 내 북한행·북한발 및 북한 중개·알선 모든 화물에 대해 의무적으로 검색을 하도록 한 조항이 처음 들어갔다. 하지만 검색은 각국의 주권 사항으로 이를 어겨도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금지 품목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받는 항공기의 회원국 내 이착륙 금지 조항이나 선박의 입항 금지는 주로 중국 및 러시아와 관련된 것이다. 고려항공이 취항하는 국가가 중국과 러시아밖에 없고, 선박 역시 북-중 간 교류가 가장 많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활동과 관련된 북한 당국이나 노동당 소속 기관, 단체의 해외자산 동결을 하도록 했지만, 실제로 이들의 해외자산 내역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에 소형무기를 포함해 모든 재래식 무기의 판매나 이전도 금지했다. 재래무기 분야에서 북한의 군사능력 향상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품목의 북한에 대한 이전도 막았다. 결의 전문에는 “북한 주민들이 처한 심각한 어려움에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 등이 새롭게 포함됐으며, 불법 활동에 관여한 북한 외교관을 추방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번 초안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뿐만 아니라 중국의 요구에 따라 평화적·외교적·정치적 해결과 6자회담에 대한 유엔 회원국들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제재안은 20여년 만에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안”이라며 “만약 그대로 채택된다면 북한 정권에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북한은 유엔 결의안에 있는 이런 종류의 압박에 굴복한 적이 없다”는 한 외교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초안은 안보리 15개국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친 뒤 이르면 27일(현지시각)이나 29일께 전체회의에서 공식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