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치러진 슈퍼 화요일 경선으로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후보 지명에 한발 다가섰다. 트럼프가 약진할수록 공화당은 혼돈에 빠지고 있다.
트럼프는 남부에서부터 북부 뉴잉글랜드 지역까지 전국적으로 승리하며 자신의 지지 기반을 더욱 넓히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보수 색채가 강한 앨라배마·조지아·테네시 등 남부 주, 자유주의 성향이 짙은 매사추세츠·버몬트, 남부와 북부의 접점 지역으로 보수와 자유주의 성향이 혼재된 버지니아에서도 승리했다.
트럼프는 이날 경선에 걸린 대의원 221명 중 적어도 186명을 추가해 모두 300명 이상의 대의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인 1237명에는 아직 턱없이 모자란다. 추격자인 테드 크루즈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를 따돌리지도 못했다.
이날 경선에서 크루즈는 최대 대의원이 걸린 자신의 지역구 텍사스뿐만 아니라 오클라호마에서 승리해, 트럼프에 맞설 수 있는 대안 후보로서 입지를 다시 보여줬다. 그는 보수적인 알래스카에서도 트럼프와 접전을 벌였다. 루비오 역시 미네소타에서 승리해, 경선 이후 첫 승리를 맛보았다. 그는 매사추세츠, 버몬트 등 온건 보수 성향의 공화당 주류 세력이 강한 곳에서 2위를 지켰다.
크루즈와 루비오는 트럼프의 대안 후보 자리를 놓고 더 치열한 각축을 벌이게 됐다. 정통 주류 후보인 존 케이식은 이날 경선에서 소형주인 버몬트에서 2위를 하는데 그쳤다. 그는 오는 8일 치러지는 미시건과 15일 출신지인 오하이오를 승부처로 보고 있다.
이들 후보들은 트럼프에게 후보 지명 확정에 필요한 대의원을 경선이 끝날 때까지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도 펼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루비오와 케이식의 측근들은 경선 전당대회가 자신들이 후보가 되는 가장 현실적인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즉, 자신들이 끝까지 경선을 완주하면, 트럼프가 선두이기는 하나 여전히 30~40%대 지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당대회에서 다시 경선을 치르거나, 중재를 통해서 후보 지명을 노린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트럼프를 낙마시키려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머뭇거리던 공화당의 큰손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다. 헤지펀드의 대부 폴 싱어, 프로야구단 시카고컵스 구단주 도토 릭케츠, 휼렛패커드 경영자인 멕 휘트먼 등은 1일 반 트럼프 모금을 촉구하는 전화걸기 운동을 조직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단체의 하나인 ‘성장을 위한 클럽’도 성명에서 풍부한 자금을 가진 반 트럼프 운동을 통해서 그를 낙마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가 후보가 되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대선과 같이 치러지는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와의 관계를 끊는 방안을 마련할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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