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제안에 긍정적 신호
‘선 비핵화’ 요구 태도서 변화 보여
부정적 입장 한국과 온도차 커질듯
‘선 비핵화’ 요구 태도서 변화 보여
부정적 입장 한국과 온도차 커질듯
미국 정부가 북한과 ‘비핵화-평화협정 협상 동시 추진’이라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지난달 제안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동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평화협정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일관하는 한국 정부와의 온도 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주 유엔 중국대사가 ‘병행 협의’를 거듭 제안했는데, 미국 행정부의 태도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존 케리) 국무장관이 왕이 부장을 만났을 때 말한 것처럼, (미국은) 일종의 병행 프로세스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있어야 하고, 6자회담을 통해 거기에 도달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커비 대변인은 이어 “우리의 입장은 평화협정 논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렇다고 정말로 있어야 할 일, 즉 완전한 비핵화 및 6자회담 프로세스의 준수를 통한 진전과 분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비핵화 논의가 빠진 평화협정 논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논의 순서를 엄격히 구분하지는 않은 셈이다.
실제로, 커비 대변인은 ‘평화협정-비핵화 병행 추진을 얘기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케리 장관이 평화협정, 즉 정전협정의 해결을 위한 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재차 답변했다. 또한, ‘핵문제 해결 전에도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냐’는 후속 질문에는 “비핵화 문제가 첫번째로 그리고 최우선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믿음에 변한 것은 없다”고 피해나갔다.
커비 대변인의 말을 종합하면, 협상의 입구 단계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일정 수준의 ‘성의’를 행동으로 보일 경우 그 다음 단계부터는 6자회담과 평화협정의 병행 논의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정리할 수 있다.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의무만 강조해왔던 것에 견줘보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제재 국면이 지나면 상황 전개에 따라선 전제조건의 문턱도 낮출 수 있어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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