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반대에 앞장선 밋 롬니 전 대통령 후보가 이날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학교에서 트럼프는 ‘사기꾼’이라는 비난 연설을 하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AP 연합뉴스
롬니·루비오·크루즈 등 “사기꾼” 비난
외교안보인사 95명 트럼프 반대 성명
존 매케인도 롬니에 동조 성명 발표
경선 주자들 ‘완주해 표 나누자’ 공감
트럼프, 무소속 출마 카드로 협박
외교안보인사 95명 트럼프 반대 성명
존 매케인도 롬니에 동조 성명 발표
경선 주자들 ‘완주해 표 나누자’ 공감
트럼프, 무소속 출마 카드로 협박
미국은 3일(현지시각) 하루종일 ‘사기꾼’이란 말로 뒤덮였다. 공화당 주류들이 도널드 트럼프 식의 ‘막말’로 트럼프 때리기에 본격 나섰고, 트럼프는 무소속 출마를 언급하며 당을 겁박했다. 공화당은 ‘대통령 후보 트럼프’냐, ‘당의 분열’이냐는 기로로 접어들었다.
시작은 트럼프가 먼저 했다. 그는 이날 아침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텔레비전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비난하는 대열의 선두에 선 밋 롬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또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조롱했다. 이에 미국의 서쪽 건너편 유타의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학교에서 강연을 한 롬니는 트럼프를 능가하는 거친 언사로 대응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가짜이고 사기꾼이다. 그는 미국 대중들을 빨대로 취급하고 있다…협박꾼이고 탐욕스럽고, 으스대고, 여성 혐오자이고, 약자를 괴롭히고, 기괴한 3류 연극을 하고 있다.” 롬니는 트럼프가 많은 사업을 말아먹은 것을 들이밀었다. “그의 파산은 중소기업과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파괴했다. 트럼프 항공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트럼프 대학교는 어떤가? 그리고 트럼프 매거진, 트럼프 보드카, 트럼프 스테이크, 트럼프 모기지는?” 특히, 롬니는 트럼프가 사기 혐의로 피소된 부동산투자 강습소 ‘트럼프 대학교’를 언급하며, “그의 공약은 트럼프 대학 학위만큼이나 가치가 없다”고 조롱했다.
트럼프는 동북부 메인주 유세에서 재반격했다. “(2012년 대선에서) 롬니는 내 지지를 구걸했다. 나는 ‘밋, 무릎 꿇어’라고 말할 수 있었고, 그는 무릎을 꿇었을 거다.” 트럼프는 롬니를 “새가슴”이라고 욕하며, 2012년에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어야 했다고도 말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롬니의 연설 뒤 몇 분만에 동조 성명을 냈다. “공화당 유권자들은 당내 가장 존경받고 학식있는 지도자들과 국가안보 전문가들이 트럼프에 관해 말하는 것을 주의깊게 들어야한다. 그리고 우리의 최고사령관이자 자유 세계의 지도자가 누가 돼야 하는지 길고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날 수도 워싱턴에서는 공화당 진영의 외교안보 인사 95명이 트럼프 반대 성명을 냈다. 로버트 죌릭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국가안보 지도자들의 공개 서한’에서 “우리가 이라크 전쟁 등 많은 이슈에서 의견을 달리하지만, 트럼프의 대통령직 반대에서는 일치한다”며 “트럼프는 한 문장 속에서 고립주의에서부터 군사적 모험주의까지 널뛰기를 한다”고 공격했다. 이들은 “헌신적이고 충성스런 공화당원으로서, 우리는 대통령직에 완전히 적합하지 않은 사람의 선출을 막기 위해 정력적으로 일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중부의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였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당신은 해외에서 옷을 만들고, 해외에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며 이민 반대 정책을 표방한 트럼프가 자신의 팜비치 ‘마라라고’ 부동산에서 수많은 해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을 겨냥했다. 트럼프는 시종 ‘꼬마 루비오’라고 부르며, “이 꼬마는 내 업적에 대해 수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루비오가 트럼프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하자, 트럼프는 의회 출석이 부진한 루비오야말로 ‘진짜 사기꾼’이라며 “그는 길거리 개 사냥꾼으로도 선출될 수도 없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공화당은 사기 혐의를 받는 후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사기꾼 공방 대열에 가세했다.
현재 경선 주자들이 끝까지 완주하며 표를 나눠서 전당대회 개최 전까지 트럼프의 대의원 과반 확보를 막고, 경선 또는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퍼지고 있다. 루비오 쪽도 이를 전략적 선택지로 사실상 수용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롬니는 각 주자들이 출신지 등 강세 지역에 역량을 투입해 1위를 차지해 표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트럼프는 무소속 출마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이날 <엠에스엔비시>(MSNBC)와 인터뷰에서 “(나를 반대하는) 당 주류들의 수많은 광고를 보고 있다”며 “정말로 불공평하다. 만약 내가 당을 떠난다면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동참하고 나를 따를 것이다”고 협박했다.
‘링컨의 정당’ 공화당은 이제 반링컨적인 트럼프를 놓고 당의 운명을 시험해야 할 처지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