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픽사베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장 “수사 당국에 접근권 보장하는 정부 대응 필요”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분노 속에서 만들어진 관련법, 올바른 해답 아냐”
최근 백악관에서 관련 논의 있었으나 ‘타협점 못 찾아’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분노 속에서 만들어진 관련법, 올바른 해답 아냐”
최근 백악관에서 관련 논의 있었으나 ‘타협점 못 찾아’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아이폰 잠금 해제 요구에 국가 안보 최고 부서인 미국 국방부와 국가안보국(NSA)이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요구하는 아이폰 잠금 해제를 위한 암호 해독 프로그램 제공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백악관은 샌버나디노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사용한 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도록 애플을 강제하려는 정부의 노력에는 이견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암호화가 제기하는 더 큰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대한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연방수사국은 수사를 위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을 원하지만, 국방부와 정보 계통 관리들은 그런 기술들이 미국 정부가 사용하는 전화에서 데이터를 뽑아내려는 외국이나 해커들도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같은 나라는 미국의 수사 당국에게 제공된 것과 같은 접근을 요구할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연례 컴퓨터 보안회의에서 “암호화를 포함한 데이터 보안은 국방부에게 절대적으로 본질적인 것”이라며 “이와 연관되지 않으면 우리 직원들 중 아무도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이폰 잠금 해제 등과 관련된 암호 해독을 입법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분노와 슬픔의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법은 “올바른 해답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뒤 대화에서 데이터를 엿보기 보다는 보호하는데 더 관심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카터 장관의 이런 입장은 하루 전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밝힌 입장과 대비된다. 그는 암호화 기술이 어떻게 진화하든지간에 수사 당국에게 접근권을 보장하는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현재 입법적 해결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입법’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수사 분야 쪽은 암호화 해독에, 국방과 정보 분야 쪽은 암호 강화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국가안보국, 국토안보부, 국방부 관리들의 회의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14년 국가안보국 계약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국가안보국의 도감청 실태 폭로 사건과 관련해 구성된 대통령위원회는 암호 해제를 위한 백도어 구축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 정부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업 소프트웨어들을 전복하거나, 잠식하거나, 약화 혹은 취약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했다. 또 더 많은 기업들이 암호 해제 방지 시스템을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마이클 로저스 미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겸 국가안보국장도 이런 견해를 밝혔다.
도감청이 핵심업무인 국가안보국이 이를 위한 암호 해제를 위한 백도어 설치 등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 기관이 누구보다도 앞선 암호화 기술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가안보국은 세계 최고의 암호 해독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이 이미 내부에 지니고 있는 이 능력이 확산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선진연구프로젝트청의 선임과학자인 에이치 티 고란손은 <프로젝트 신디게이트>에 투고한 칼럼 ‘애플 대 지-맨’에서 연방수사국이 잠금 해제를 원하는 신형 아이폰에 장착된 칩들은 국가안보국이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그 칩은 이스라엘 쪽에서 설계됐다고 전했다. 국가안보국 쪽은 이 기술 때문에, 애플 제품에 대한 접근은 애플의 이스라엘 쪽 칩 설계 부서를 통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더 많은 정부들이 통신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강화된 보안체계가 포함된 이동통신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국가안보국은 그런 통신 장비들을 해킹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전 세계에 공포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뉴욕타임스>도 전했다.
국무부와 상무부 쪽은 암호화 문제에 더욱 민감하다. 힐러리 클린턴이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국무부는 2011년 아랍의 봄 때 현지 활동가들에게 통신을 돕고 검열을 회피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터넷 장치들을 제공했다. 이 시스템은 특히 중국 보안 당국과 이집트의 비밀 경찰의 사찰을 회피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애플에게 암호화를 해제하라고 강제하면, 이런 기술은 베이징에게 그대로 복사되어 전해질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은 말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상무부 쪽도 만약 의회가 모든 암호화된 제품들에 대한 접근을 수사 당국에게 줘야 한다는 명령을 내린다면 외국의 암호화된 장비와 소프트웨어 생산자들은 큰 횡재를 할 거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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