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이 17일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인 플라나우투궁전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에 임명하면서, 그의 팔을 잡아서 높이 올리고 있다. 브라질리아/신화 연합뉴스
브라질에서 ‘룰라 복귀’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16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8)이 수뢰와 돈세탁 혐의로 기소 위기에 몰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70)을 수석장관으로 임명한 직후부터 의회의 대통령 탄핵 절차 재개, 법원의 ‘임명 효력정지’ 결정, 전·현직 대통령의 전화통화 감청 공개, 반정부 시위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런 시도들을 반정부 세력의 쿠데타라고 보고 정면대응할 태세를 분명히 했다. 브라질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17일 룰라 전 대통령에 장관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부터 강력한 법적 제동에 부닥쳤다. 브라질 연방법원의 이타지바 카타 프레타 네투 판사는 룰라의 임명식이 끝난 지 불과 몇 시간만에 룰라의 장관직을 포함해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공직 임명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검찰 기소를 피하기 위해 룰라를 수석장관에 임명한 것은 잘못이라는 논리다. 브라질에선 장관 등 고위직 관리들에 대한 기소와 재판은 연방대법원에서만 할 수 있다. 정부 쪽은 네투 판사의 ‘효력정지’ 결정에 대해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는 이날 “효력정지 결정을 한 판사가 최근 야당이 주도한 시위에 참여했으며, 이 때문에 중립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연방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브라질 의회 하원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해 12월 브라질 사회민주당 등 야당은 호세프 대통령이 2014년 대선 당시 국영은행의 자금을 재정적자 감축과 공공지출에 전용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추진했으나 법적 절차 미비로 법원의 중지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 탄핵의 절차적 결함이 해소되면서 탄핵 정국이 다시 열리게 됐다.
앞서 16일에는 브라질 정격유착 부패 수사를 지휘하는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판사가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감청한 검찰의 자료를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룰라는 “그들(검찰)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없을까?”라고 말했고, 호세프는 “필요할때 쓰도록 (장관) 임명장을 보내겠다”고 답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고 룰라의 기소를 회피하기 위해 룰라를 수석장관에 임명하겠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호세프 쪽은 룰라의 장관 임명은 정상적인 법 절차를 따랐고, 검찰의 전화감청과 자료 공개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17일 룰라 전 대통령의 장관 임명식이 열리던 시각, 거리에선 반정부 시위대가 “부끄러운 줄 알라”는 구호를 외쳤다. 친정부 시위대는 반대세력이 쿠데타를 획책한다며 맞불시위를 벌였다. 호세프도 “정부를 전복하려는 이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한다면 그 다음엔 시민들에게 무슨 일을 벌이겠는가? 쿠데타는 그렇게 시작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편 17일 브라질 증시는 6.6%가 올라, 7년만에 최대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상파울루의 한 컨설팅업체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렉스 아고스티니는 “시장은 이미 호세프 정부의 몰락을 예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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