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트럼프 히틀러’를 영어로 검색하면 4150만건의 결과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6월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이라고 묘사하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자, 즉각 그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와 유사한 언행을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에 그의 집회에서 비판자에 대한 폭력이 일고 트럼프가 이를 옹호했다. 1930년대 독일에서 히틀러의 집권 과정과 유사하다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두 사람이 현실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선동해 권력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중의 현실에 대한 불만을
소수에 대한 차별·배제로 선동
권력에 접근 과정 비슷 분석 유세장서 비판자에 대한 폭력
트럼프 “적절한 행동” 두둔에
대선 후보되면 공화 붕괴 우려
첫번째 공통점은 인종주의이다. 히틀러는 독일의 현실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유대인의 책임으로 몰았다. 유대인들의 축재가 독일 대중들이 겪는 가난의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미국 국경을 넘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 무슬림들을 잠재적 테러분자로 규정한다. 이민자는 미국 백인들의 일자리를, 무슬림들은 미국 안보를 해치는 세력으로 규정한다. 히틀러는 유대인과 집시들을 대량 추방하거나 학살했고, 트럼프는 이민자를 막는 국경 장벽 구축과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 및 모든 신원 조사를 주장한다.
둘째, 두 사람의 기반은 대중들의 사회·경제적 불만이고, 지지층은 중하류층이다. 히틀러는 1차 대전 패전에 따른 과도한 배상으로 인한 초인플레이션과 1930년대 전후의 대공황으로 침몰하는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경제, 트럼프는 세계화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커져가는 미국의 불평등한 분배 구조를 정치적 기반으로 한다. 히틀러는 대공황 때 긴축으로 일관한 바이마르공화국 정부의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농민, 퇴역군인, 중하류층 등을 향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는 세계화 등으로 중산층에서 탈락하는 미국 중하류 백인층들을 겨냥하고 있다.
셋째, 두 사람의 부상 과정에서 보여주는 사회집단 간의 갈등과 반목, 폭력이다. 이를 지지층 결집과 권력 접근의 수단으로 삼는다. 히틀러는 처음부터 바이마르공화국의 폭력 타도를 표방했고, 각종 집회에서 지지층들의 폭력을 선동했다. 트럼프의 집회와 그에 대한 반대 집회에서도 최근 들어 폭력 사태가 빈발한다. 트럼프는 지난 19일 투손에서 열린 집회에서 자신의 집회 책임자가 트럼프를 비판하는 시민을 폭력으로 제지한 것을 두고, 적절하게 행동했다고 두둔했다. 트럼프는 최근 들어 자신의 집회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태를 ‘샌더스의 사회주의 세력’이 조장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히틀러가 사회주의 세력을 독일 사회 불안의 원천으로 지목한 것처럼, 트럼프도 샌더스로 대표되는 진보층에 ‘빨갱이’ 딱지를 붙이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이 등치되기에는 아직 현재 미국과 1930년대 독일 사회의 차이가 크다. 당시 독일 사회의 주류들은 히틀러가 떠오르자, 자발적으로 그의 주위에 몰려들어 권력을 넘겨줬다. 히틀러가 독일 사회의 불안을 잠재울 통제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193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히틀러는 뒤셀도르프 상공회의소 연설을 통해서 독일 최대의 기업인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이 선거에서 히틀러는 2위를 했으나, 독일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은 대통령에 당선된 파울 폰 힌덴부르크에게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하라는 연명 편지를 쓰는 등 청원 운동을 했다. 결국 힌데부르크는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하며 나치 정권을 탄생시키게 했다.
반면 트럼프의 부상을 미국 주류, 공화당 주류에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저지하려 한다. 조지 부시 정권 때 파시스트라고 비난까지 받았던 네오콘 세력의 이론적 대부 윌리엄 크리스톨도 트럼프를 저지할 ‘100일 작전’을 주도하는 등 공화당 주류는 그에 맞서는 무소속 대통령 출마도 추진한다. 하지만, 공화당 주류 내에서도 그에게 투항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조지 부시를 당선시킨 공화당의 전략가 칼 로브는 트럼프를 ‘완전한 멍청이’라고 비난하다가, 지난 17일치 <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는 어떻게 자신의 게임을 키울 수 있나’라는 기고를 통해, 트럼프의 선거전략을 조언했다. 어조를 바꾸고, 힐러리 클린턴 공격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월가의 이익을 대표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보수의 목소리가 된다면, 보수주의는 그와 함께 파탄날 것이다”고 경고하다가, 16일치 사설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처럼 행동할 수 있는지를 계속 지켜보고, … 무엇보다도 또 다른 진보좌파 대통령을 누가 막을 수 있을지 결정해야 한다”고 공화당원들에게 촉구했다. 진보적인 민주당 대통령을 저지할 수 있다면, 트럼프도 상관없다는 논조이다.
트럼프가 미국에서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되고 그로 인해 나치같은 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나, 그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미국 사회를 떠받치던 한축의 제도였던 공화당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공화당의 붕괴는 미국 보수 세력을 담보할 정치제도의 붕괴이고, 이는 트럼프로 대표되는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미국 보수세력을 대체할 것임을 예고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소수에 대한 차별·배제로 선동
권력에 접근 과정 비슷 분석 유세장서 비판자에 대한 폭력
트럼프 “적절한 행동” 두둔에
대선 후보되면 공화 붕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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