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달러 지폐 앞면 인물을 현재의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에서 흑인 여성 인권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으로 변경한다고 미국 재무부가 20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노예제 지지 백인 대통령 교체
여성 참정권 100돌 2020년 유통
10달러 지폐엔 여성운동가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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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달러 지폐엔 여성운동가 5명
미국의 20달러 지폐 앞면을 새로 장식할 인물로 여성 흑인 인권운동가인 해리엇 터브먼이 선정됐다. 여성이 지폐 인물로 등장하는 것은 19세기 말 통용된 1달러짜리 ‘은 태환 증권’ 이후 처음이며, 흑인이 미국 화폐 인물로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미 재무부는 20달러 지폐의 앞면을 차지하고 있던 미국의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초상을 흑인이자 여성 인권운동가인 해리엇 터브먼의 사진으로 변경한다고 20일 공식 발표했다. 잭슨 대통령의 초상은 20달러 지폐의 뒷면으로 이동한다.
재무부는 또한 10달러 앞면 인물로 미국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을 유지하되, 뒷면에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루크레티아 모트와 수잔 앤서니등의 사진을 추가하기로 했다. 5달러짜리 지폐 뒷면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엘리노어 루즈벨트를 비롯한 인권운동가들의 모습을 넣는다고 덧붙였다.
20달러 지폐의 앞면을 새로 장식하게 된 해리엇 터브먼은 미국 남부의 노예 출신으로, 자신이 태어난 농장에서 탈출한 뒤 다른 노예들을 북부로 탈출시키며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다. 남북 전쟁에도 참전한 그는 전쟁 뒤에는 여성 인권과 흑인 인권을 증진하는 운동에 헌신하다 1913년 91살의 나이로 숨졌다.
지폐의 인물 변경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10달러 지폐의 앞면을 여성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 그 과정에서 20달러 지폐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인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미국의 원주민을 탄압하고, 노예를 소유했던 인물로 지폐에 들어가기엔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커졌다. 10달러 대신 20달러 인물을 바꾸자는 여론이 커지면서 재무부 역시 지폐 도안을 대체할 인물에 대한 의견을 각계각층에서 수렴해왔다.
미국의 여성 단체를 비롯한 사회 단체들은 해리엇 터브먼을 선정한 이번 지폐 변경안이 긍정적인 변화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마이클 카진 역사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화폐는 미국의 역사를 따라간다. (화폐 인물을 해리엇 터브먼으로 변경한 것은) 미국이 발전해왔다는 것에 대한 인정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에 변경되는 5달러, 10달러, 20달러 지폐의 도안을 확정해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인 2020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미국이 새 10달러 지폐 뒷면에 재무부 건물을 빼고 여성 참정권 운동가 5명의 초상을 넣기로 했다. 왼쪽부터 수전 앤서니, 엘리자베스 스탠턴, 루크리샤 모트, 앨리스 폴, 소저너 트루스. 위키피디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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